안선혜-억새
2017.05.17 08:31
◧ 제19회「해외문학상 시부문 대상 수상작품
억새
안 선 혜
넌
한 폭의 동양화
9월을 덥석 넘긴 달력으로
성큼 걸어 나오는 시월의 억새밭
실베짱이 씨르래기 풀무치와
어울리지도 못한 채
그렇게 숨죽이며 뒤안길에서 살아온 풀꽃
비탈진 언덕배기
소슬바람에
은발이 되어 누군가를 손짓하고 있구나
지금은 빌딩숲이 되어 버린
유년의 그 언덕
그 억새밭으로 달려가고 싶어라
억새 닮아가는 머리카락
억새밭에 뒹굴며
옛 동무 불러 모아 숨바꼭질 하고 싶어라
아, 저 달력 속의 억새
자꾸만 나를
유년의 고향으로 데리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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