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2013.01.26 01:35

정용진 조회 수:0

발자국
                         정용진

내 걸어온 삶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눈길을 걸어간다.

어느 누구도
걸어간 적이 없는
순백(純白)의 설원(雪原)

나만의 행적을  
뚜렷하게 남기고 싶은 욕망이
티 없이 펼쳐진 눈밭에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면서
자국을 남긴다.

나의 발자국들이
구매계약서에 누른
인장(印章)자국같이
진하게 찍힌다.

그러나
뒤를 돌아다보면
끝없이 쏟아지는 눈발로
자취 없이 사라진
나의 흔적들...

‘내 사랑이
그만하면 네게 족하다‘
주님의 음성이
조용히 나를 꾸짖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