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의 노래

2014.03.17 00:58

윤석훈 조회 수:63

날씨를 탓하며
양지 바른 땅 찾아 다녔습니다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꽃 피우기는 커녕
입술은 갈라지고
가슴은 팍팍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어둡고 마른 밤을 뒤척거리며
더 이상
유목의 척박한 땅을
헤매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이제
온전한 풀잎임을 시인하며
맑고 환한 말씀에
뿌리를 내립니다
작고 연약하지만
매년 새로운 꽃 피우고 싶습니다
다년생의 튼실한 뿌리를
빛과 사랑의 시간 안에서
견고하게 뻗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