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봄 / 이주희
 

덮여있는 책 속의 글씨처럼 

벌집에 갇힌 사람들은 꿈쩍도 않고 있었어요

줄어드는 꿀 때문에 너도나도 토요일 창문을 꼭꼭 닫아놓았죠
 
허름한 봄볕이 화단에 내려와 멀미하는데도

물가는 내릴 줄 모르고 팔팔 살아 널을 뛰던데요
 
임진강 변에 사시는 시어른이 오셨어요
 
몸값이 다락같이 높던 9~10월도 아닌 참게 한 두름을 내려놓으며
 
속 찌꺼기 다 토하게 간장 끓여 부었다가 아범 밥상에 올려보라 하시고는
 
밭일이 바쁘다며 굽은 허리 펴지도 못하고 가셨죠

내가 간장게장 담글 줄 모르는 건 그렇다 치고
 
쩍쩍 벌리는 집게손이 무서워 베란다에 내어놓고 하룻밤을 지냈어요
 
2층 여자 1층 여자 

네가 물을 잘못 버려 그렇다며 하수도 싸움이 났네요
 
아래윗집 남자들이 제 여자 역성들러 팔 걷어붙이며 나오고
 
마른버짐 아이도 뒤따라 나와서 합세를 했어요
 
에구머니나 물 내림 통을 비집고 나온 

게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게거품을 흘리며 부리나케 개나리꽃 밑으로 달아나고 있어요
 
가지마다 황금요령을 꿰어 달고 사방으로 흔들고 있는 개나리꽃보다
 
모여든 구경꾼 입이 더 환하네요
 
왁자지껄 쑥이 돋아나는 곳으로 냉이를 캐러 가야겠어요. 
    
          -소리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