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 차례
2013.03.20 06:32
20130131 이젠 내 차례
앞 집 정원사 힐하르도가 넌지시 말을 건넨다. 엊그제 라카냐다로 이사를 했단다. 나야 전혀 관심 없는 사실이지만, 하고 싶어 하는 얘기를 들어 줄 요량으로 잠깐 시간을 내 줬다. 25년을 이 동네 살면서 앞 집 정원사와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기는 처음이다. 바싹 마른 조그만 체구에 언제나 꽁초를 입에 물고 땀 흘리며 일하던 힐하르도의 아버지가 보이지 않은지도 칠팔 년은 된 듯 싶다. 아들이라 해도 오십은 넘어 보이니 집 한 채쯤은 이미 장만한 나이가 아닌가.
은퇴 후, 담배 끊고 아직도 건강하게 잘 지내는 아버지 소식도 들려준다. 변호사로 성공한 딸과 사위를 데리고 사는 자신의 집은 벨리에 있고 이번에 이사한 라카냐다 집은 이십년 고객이던 할머니가 준 집이란다.
순간 헉하고 숨이 막힌다. 로또 당첨이구나. 지난 이십년 동안 밤낮 없이 부르면 달려가 돌봐주곤 했단다. 공짜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라카냐다 비싼 동네 집 한 채 값만큼 돌봐 줬겠나. 돈으로 따지면 그만한 액수가 안 되겠지만 할머니 마음을 움직인 건, 헌신적으로 사랑을 베푼 정원사의 따스함일 것이다.
부럽다. 내게도 그런 공짜 집 한 채 뚝 떨어 져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보니 어떤 여자는 백인 할머니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 몇 년 살다가 그 할머니가 세상 떠나며 유산으로 큰돈을 남겨 줬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 때도 난 무지 부러웠다. 몇 푼 안 되는 월급쟁이 직장 때려치우고, 어디 부잣집 독거노인 집에 가정부로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럴 용기도 없었고, 여건도 여의치 않아 한 땀 한 땀 차근히 쌓아 온 세월이다. 그렇게 무조건 남의 행운에 부러워하고, 아쉬워 할 상황은 아니다.
사촌이 땅을 샀으니 배가 아픈 상황은, 시간을 오래 끌수록 내게 독이 된다. 마냥 부러워하며 당장이라도 그런 독거노인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빨리 정리해야 한다. 이 순간을 지혜롭게 넘어가자.
네가 받은 축복을 헤아려 보라. 그렇다. 내가 가진 것들을 들춰보자. 무엇 때문에 난 집 한 채가 더 필요할까. 지금 살고 있는 내 집은 우리 식구 살기에 필요 충분하다. 먹는 것, 입는 것, 여가 생활, 어느 한 조건에 부족하다 불평 할 무엇인가가 있었나? 게다가 식구들 모두 건강해서 밤에 갑작스레 아파 쩔쩔매며 누구를 불러야 할 경우가 있었던가?
왜 공짜로 집 한 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를 기대해야 하나? 힐하르도가 차지한 행운이 왜 나에게 오지 않았느냐고 불평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물론 힐하르도에게는 집도 있고, 성공한 자식도 있고 뭐 따로 돈벼락 맞을 일 전혀 없다. 그래도 그런 행운을 차지했으니 내겐 불공평하다고 어딘가에 대고 계속 쫑알대고 있다.
마음이 불편해서 그대로 있을 수가 없다. 내가 편해지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내가 받을 생각만 하면 절대 행복 해 지지 않는다. 내게 있는 것들 다른 사람에게 줄 생각을 하자. 그렇다. 내가 가진 것들로 이미 내겐 차고 넘친다. 자꾸 더 채우려 애쓰지 말고 조금씩 퍼내리라 마음을 바꾸자. 누구에게 줄까.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말 한마디 따뜻하게 해주고,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선듯 도움을 주는 누군가 있다면 나도 그에게 아낌없이 내 가진 것 나누어 줄 수 있다.
이젠 내 차례가 된 거다. 받는 것을 목적으로 줄을 섰다가 주는 것을 행하는 줄로 바꿨다. 마음이 평온 해 진다. 느긋하게 여유로워 진다. 모든 것을 가졌고, 전혀 도움이 필요하지 않는 듯 보여도 사람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동물이다.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나의 외로움을 볼 수 있고, 그 외로움을 덜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무엇인 들 내어 주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힐하르도가 내게 살갑게 대해 주고, 내가 필요할 때 달려 와 주곤 한다면, 나도 내 집 힐하르도에게 주고 싶을 것이다. 아니 줄 수 있다. 분명 준다. 그런 누군가가 내 곁에 모습을 들어내겠지. 그 땐, 아깝단 생각 전혀 없이 내 것들 그에게 주리라.
앞 집 정원사 힐하르도가 넌지시 말을 건넨다. 엊그제 라카냐다로 이사를 했단다. 나야 전혀 관심 없는 사실이지만, 하고 싶어 하는 얘기를 들어 줄 요량으로 잠깐 시간을 내 줬다. 25년을 이 동네 살면서 앞 집 정원사와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기는 처음이다. 바싹 마른 조그만 체구에 언제나 꽁초를 입에 물고 땀 흘리며 일하던 힐하르도의 아버지가 보이지 않은지도 칠팔 년은 된 듯 싶다. 아들이라 해도 오십은 넘어 보이니 집 한 채쯤은 이미 장만한 나이가 아닌가.
은퇴 후, 담배 끊고 아직도 건강하게 잘 지내는 아버지 소식도 들려준다. 변호사로 성공한 딸과 사위를 데리고 사는 자신의 집은 벨리에 있고 이번에 이사한 라카냐다 집은 이십년 고객이던 할머니가 준 집이란다.
순간 헉하고 숨이 막힌다. 로또 당첨이구나. 지난 이십년 동안 밤낮 없이 부르면 달려가 돌봐주곤 했단다. 공짜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라카냐다 비싼 동네 집 한 채 값만큼 돌봐 줬겠나. 돈으로 따지면 그만한 액수가 안 되겠지만 할머니 마음을 움직인 건, 헌신적으로 사랑을 베푼 정원사의 따스함일 것이다.
부럽다. 내게도 그런 공짜 집 한 채 뚝 떨어 져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보니 어떤 여자는 백인 할머니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 몇 년 살다가 그 할머니가 세상 떠나며 유산으로 큰돈을 남겨 줬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 때도 난 무지 부러웠다. 몇 푼 안 되는 월급쟁이 직장 때려치우고, 어디 부잣집 독거노인 집에 가정부로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럴 용기도 없었고, 여건도 여의치 않아 한 땀 한 땀 차근히 쌓아 온 세월이다. 그렇게 무조건 남의 행운에 부러워하고, 아쉬워 할 상황은 아니다.
사촌이 땅을 샀으니 배가 아픈 상황은, 시간을 오래 끌수록 내게 독이 된다. 마냥 부러워하며 당장이라도 그런 독거노인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빨리 정리해야 한다. 이 순간을 지혜롭게 넘어가자.
네가 받은 축복을 헤아려 보라. 그렇다. 내가 가진 것들을 들춰보자. 무엇 때문에 난 집 한 채가 더 필요할까. 지금 살고 있는 내 집은 우리 식구 살기에 필요 충분하다. 먹는 것, 입는 것, 여가 생활, 어느 한 조건에 부족하다 불평 할 무엇인가가 있었나? 게다가 식구들 모두 건강해서 밤에 갑작스레 아파 쩔쩔매며 누구를 불러야 할 경우가 있었던가?
왜 공짜로 집 한 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를 기대해야 하나? 힐하르도가 차지한 행운이 왜 나에게 오지 않았느냐고 불평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물론 힐하르도에게는 집도 있고, 성공한 자식도 있고 뭐 따로 돈벼락 맞을 일 전혀 없다. 그래도 그런 행운을 차지했으니 내겐 불공평하다고 어딘가에 대고 계속 쫑알대고 있다.
마음이 불편해서 그대로 있을 수가 없다. 내가 편해지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내가 받을 생각만 하면 절대 행복 해 지지 않는다. 내게 있는 것들 다른 사람에게 줄 생각을 하자. 그렇다. 내가 가진 것들로 이미 내겐 차고 넘친다. 자꾸 더 채우려 애쓰지 말고 조금씩 퍼내리라 마음을 바꾸자. 누구에게 줄까.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말 한마디 따뜻하게 해주고,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선듯 도움을 주는 누군가 있다면 나도 그에게 아낌없이 내 가진 것 나누어 줄 수 있다.
이젠 내 차례가 된 거다. 받는 것을 목적으로 줄을 섰다가 주는 것을 행하는 줄로 바꿨다. 마음이 평온 해 진다. 느긋하게 여유로워 진다. 모든 것을 가졌고, 전혀 도움이 필요하지 않는 듯 보여도 사람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동물이다.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나의 외로움을 볼 수 있고, 그 외로움을 덜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무엇인 들 내어 주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힐하르도가 내게 살갑게 대해 주고, 내가 필요할 때 달려 와 주곤 한다면, 나도 내 집 힐하르도에게 주고 싶을 것이다. 아니 줄 수 있다. 분명 준다. 그런 누군가가 내 곁에 모습을 들어내겠지. 그 땐, 아깝단 생각 전혀 없이 내 것들 그에게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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