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길을 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옷이 흠뻑 젖었다

내 어릴 적

고향 마을은 가난했지만

지붕마다 처마가 있어

비가 오면 피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백배는 잘 사는데

눈 씻고 봐도 처마는 없다

지붕 위에 화단은 있지만, 처마는 없다

처마가

인심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

내 마음엔 잘 살수록 점점 저만 알고

인심이 각박해지는 세상 같아서

느닷없이 오늘처럼 비를 맞는 날이면

피할 처마가 있는 옛집이 그립고

까닭 없이 비에게처럼 남에게 당하다 보면

꼭 낀 짧은 치마를 입고 몸매 자랑하는 젊은 여자보다는

폭넓은 한복 치마를 즐겨 입으시고

그 폭으로 늘 나를 감싸주시고 보호해 주시던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평생 화장품 한번 안 쓰셨던 어머니가 보고 싶어진다

보기에 좋다고, 살림이 넉넉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사는 게 좀 그렇다

 

    813 - 0428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64 태아의 영혼 성백군 2014.02.22 170
1063 초고속 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4.10 170
1062 황홀한 춤 하늘호수 2016.02.29 170
1061 양심을 빼놓고 사는 강민경 2017.01.16 170
1060 바람의 면류관 강민경 2017.06.01 170
1059 하늘의 눈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19 170
1058 우리들의 애인임을 강민경 2019.01.26 170
1057 생의 결산서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6.30 170
1056 귀중한 것들 / 김원각 2 泌縡 2021.03.07 170
1055 시인이여 초연하라 손홍집 2006.04.08 169
1054 11월 새벽 이은상 2006.05.05 169
1053 소라껍질 성백군 2008.07.31 169
1052 풍광 savinakim 2013.10.24 169
1051 숙면(熟眠) 강민경 2014.11.04 169
1050 경칩(驚蟄) 하늘호수 2017.03.07 169
1049 정상은 마음자리 하늘호수 2017.03.05 169
1048 곽상희 8월 서신 - ‘뉴욕의 까치발소리’ 미주문협 2017.08.24 169
1047 가시도 비켜선다/강민경 강민경 2018.07.09 169
1046 기미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축시 정용진 2019.03.02 169
1045 여름 낙화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8.06 169
Board Pagination Prev 1 ...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