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길을 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옷이 흠뻑 젖었다

내 어릴 적

고향 마을은 가난했지만

지붕마다 처마가 있어

비가 오면 피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백배는 잘 사는데

눈 씻고 봐도 처마는 없다

지붕 위에 화단은 있지만, 처마는 없다

처마가

인심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

내 마음엔 잘 살수록 점점 저만 알고

인심이 각박해지는 세상 같아서

느닷없이 오늘처럼 비를 맞는 날이면

피할 처마가 있는 옛집이 그립고

까닭 없이 비에게처럼 남에게 당하다 보면

꼭 낀 짧은 치마를 입고 몸매 자랑하는 젊은 여자보다는

폭넓은 한복 치마를 즐겨 입으시고

그 폭으로 늘 나를 감싸주시고 보호해 주시던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평생 화장품 한번 안 쓰셨던 어머니가 보고 싶어진다

보기에 좋다고, 살림이 넉넉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사는 게 좀 그렇다

 

    813 - 0428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46 누가 뭐라해도 강민경 2009.07.07 658
2145 밤에 쓰는 詩 박성춘 2009.09.21 658
2144 내가 지금 벌 받는걸까 강민경 2009.04.04 657
2143 ‘위대한 갯츠비(The Great Gatsby)’를 보고나서 김우영 2013.05.23 656
2142 지역 문예지에 실린 좋은 시를 찾아서 이승하 2005.11.11 655
2141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김우영 2011.10.01 655
2140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신 영 2008.05.21 651
2139 수필 나의 뫼(山) 사랑 김우영 2014.04.27 651
2138 위기의 문학, 어떻게 할 것인가 이승하 2005.02.14 650
2137 백제의 미소 임성규 2004.08.02 649
2136 빛이 되고픈 소망에 강민경 2009.08.03 644
2135 자연과 인간의 원형적 모습에 대한 향수 박영호 2008.03.03 643
2134 시인 구상 선생님 2주기를 맞아 이승하 2006.05.14 640
2133 두 세상의 차이 박성춘 2009.07.05 636
2132 기타 학우와의 대화 - 한국교육학과 김우영 작가(50대 萬年學徒) 김우영 2014.03.27 630
2131 언어의 그림 그릭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2) 박영호 2008.11.12 626
2130 조국땅을 그리며 박성춘 2009.08.02 623
2129 김우영 작가 만나 사람들 출판회 성료l 김우영 2011.11.27 622
2128 세계의 명 연설을 찾아서 이승하 2004.08.30 620
2127 버릴 수 없는 것이 눈물 겹다. 강숙려 2005.08.03 61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