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노비
2013.05.14 14:11
검은 노비
그곳에 검은 노비가 있었네
잃어버린 들풀의 이름으로
흔적 없이 지나가는 세월 속에
슬픔의 의미도 모르는 채로
어디에 묻었을까 이별을 그리움을
안개 흐르던 새벽 퍼 올리던 아픔을
날선 눈초리를 목 안으로 삼키며
숨차게 달려온 샛강 여울목에
찾을 길 없는 징검다리처럼, 그렇게
사라진 별이여 빛으로 있기만을
엉클어진 머리칼에 버석거리다가
마른 손가락 새로 날리는 모래알처럼
바람결에 흩어 보낸 텅 빈 웃음이여
해어진 깃발이여 거기 서 있기만을
고통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안일은 어디쯤 가고 있는가
말을 잃은 짐승 눈동자 속에
새파란 꽃으로 타오르고 있는지
혀가 짧아 돌아설 수 없는 석양
긴 어둠의 침묵에 가슴이 메어
눈부신 도시가 하도 어지러워서
메마른 산비탈 어디서 눈물겨운지
갈라진 밭에서 얼마나 허허로운지
딜빛에 젖은 노랫말도 잊어버린 채
눈물도 없이 스러진 들국화 꽃이여
소쩍새 잠 못 이루는 이 밤, 나는
긴 춤사위로 하늘에 올릴 제사를
적막함조차 아름다워서 어깨에 얹고
돌아올 수 있으려나 그대들은
그리운 이여, 사라져간 별들이여
시집 '사랑한다면'에서
그곳에 검은 노비가 있었네
잃어버린 들풀의 이름으로
흔적 없이 지나가는 세월 속에
슬픔의 의미도 모르는 채로
어디에 묻었을까 이별을 그리움을
안개 흐르던 새벽 퍼 올리던 아픔을
날선 눈초리를 목 안으로 삼키며
숨차게 달려온 샛강 여울목에
찾을 길 없는 징검다리처럼, 그렇게
사라진 별이여 빛으로 있기만을
엉클어진 머리칼에 버석거리다가
마른 손가락 새로 날리는 모래알처럼
바람결에 흩어 보낸 텅 빈 웃음이여
해어진 깃발이여 거기 서 있기만을
고통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안일은 어디쯤 가고 있는가
말을 잃은 짐승 눈동자 속에
새파란 꽃으로 타오르고 있는지
혀가 짧아 돌아설 수 없는 석양
긴 어둠의 침묵에 가슴이 메어
눈부신 도시가 하도 어지러워서
메마른 산비탈 어디서 눈물겨운지
갈라진 밭에서 얼마나 허허로운지
딜빛에 젖은 노랫말도 잊어버린 채
눈물도 없이 스러진 들국화 꽃이여
소쩍새 잠 못 이루는 이 밤, 나는
긴 춤사위로 하늘에 올릴 제사를
적막함조차 아름다워서 어깨에 얹고
돌아올 수 있으려나 그대들은
그리운 이여, 사라져간 별들이여
시집 '사랑한다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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