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기억의 이름

2013.05.18 14:09

채영선 조회 수:56

시, 기억의 이름





바구니에 가득한 자투리 실 덩어리

고운 색이 아니어도

섞여 있어 아롱진 크고 작은 뭉치들

어느 가랑비 오는 날 손을 넣으면

손가락에 걸려 나오는 끄나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가슴 일렁이는 속삭임이 아닌지



나뭇잎 날리는 추억의 툇마루에서

빛바랜 이야기를 꺼내어

한 담 한 땀 다시 뜨는

먼지나는 길가 토담집 여인네 숨결처럼

어느 날 기억이 촛불처럼 꺼져갈 때

시도 사라져야 할 운명은 아닌지



다행히도 사람의 기억이 오래 지날수록 선명해져

실뭉치들은 새끼쳐 늘어나고

커져가는 바꾸니에 지쳐버린 시인은

아무도 모르게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은 것은 아닌지






시집 '사랑한다면'에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739 4행시 - 6월 그 숲(유월 그 숲)/재미수필 지희선 2013.05.20 61
9738 단편 소설 연규호 2013.05.20 39
9737 한국소설 연규호 2013.05.20 54
9736 생각해보니 채영선 2013.05.18 41
» 시, 기억의 이름 채영선 2013.05.18 56
9734 가로등, 저 부드러운 눈빛은 채영선 2013.05.18 55
9733 희망사항 채영선 2013.05.16 55
9732 창문을 열어줄까 채영선 2013.05.16 53
9731 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노라 김우영 2013.05.15 54
9730 검은 노비 채영선 2013.05.14 42
9729 생 일 채영선 2013.05.14 31
9728 벼랑 끝 은혜 성백군 2013.05.14 55
9727 민들레 채영선 2013.05.12 30
9726 산국 정국희 2013.05.11 53
9725 하루살이 채영선 2013.05.11 36
9724 가까이 올수록 - 창 - 채영선 2013.05.11 58
9723 이 아름다운 오월에 채영선 2013.05.10 42
9722 어른이 되어서 채영선 2013.05.09 52
9721 비워진 화분 이영숙 2013.05.08 45
9720 기다리는 마음 채영선 2013.05.16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