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어느 날

2013.08.23 04:47

성영라 조회 수:0

자두빛으로 익어가던 열일곱 여름방학 어느 날이었는데요 자야에게서 온 편지 첫 문장 온몸이 땀으로 젖고 얼굴이 토인을 닮아가도 우리의 여름은 싱싱하다 지금도 내 가슴 뛰게 하는 그 단어들 멍석처럼 마당에 주욱 펼쳐놓고 심장이 멈춰버려 떠나간 준이 가슴에 몹쓸 것 키워 불혹에 꺾여버린 경아 맥없이 목숨줄 밤바다에 던져버린 덕이 만질 수 없는 손들 보고 싶은 얼굴들 다 불러앉히는 것인데요 불면 후루루 날아갈 것만 같던 자야 얼굴에 가득하던 주근깨 같은 까만 씨들 퉤퉤 뱉어가며 수박 하모니카를 불고 싶은 것인데요 때 이른 강강술래라도 하고 싶은 것인데요 물큰하게 익고 싶은 것인데요

푹푹 익어가요 엘 에이 팔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