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릴리스

2013.10.05 06:00

오연희 조회 수:0

아마 릴리스                            오연희 뒷마당 한 구석에 허연 가루 풀풀 날리는 메마른 땅 한 줌 있다 무슨 희망 있으랴 눈 질끈 감고 그 곁을 지나다가 아, 감아도 보이는 거기 잡초인 듯 난초인 듯 연두 이파리 불쑥 솟아있다 애잔한 눈길 잠시 머물었을 뿐 연두 잎 진 그 자리 가뭇가뭇 잊혀질 쯤 꽃 보쌈 매단 벌거벗은 꽃대 뱀 대가리처럼 쭉 올라온다 한 알뿌리에서 이파리 한 시절 꽃 한 시절 지상의 사랑 못내 서러워 독을 내 뿜듯 펑펑 분홍빛 그리움 피워 올리고 있다 어긋난 우리 인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