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오리 가족들의 대화

2017.08.15 19:29

서경 조회 수:8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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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세상을 헤쳐 가려면 헤엄을 잘 쳐야 한단다.
- 네, 엄마!
- 다행히 호수 물결은 높지 않지만, 바람이 불면 그것도 알 수 없단다. 
- 그땐 어떻게 해야 되나요?
- 바람 불고 물결 거세지면, 헤엄을 치지 말고 잠시 피해 있으렴.
- 네, 엄마!
- 그리고 얘들아!
- 혹 바람 불지 않는 날, 물결 잠잠해도 조심해야 해.
- 왜요?
- 으응, 그건 말이야. 호수는 깊이가 있기 때문이지. 높이도 겁나지만, 깊이도 겁나는 거란다.
- 네, 엄마!
- 그래, 착하기도 하지. 하지만, 얘들아! 세상이란 늘 아름다운 그림만 있는 게 아니란다. 
- 그건 또 무슨 말이죠?
- 으응, 그건 이런 거란다.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가 헤엄쳐 가는 모습을 보며 아름다운 풍경이라 생각할 거야.  하지만, 우린 지금 힘겹게 헤엄쳐 가고 있잖니?
- 네, 그래요!
- 세상은 겉으로 보는 것과 실지로 살아가는 것과는 참 많이 다르단다. 
- 네, 엄마!
- 그래, 이제 거의 다 건너 왔나 보다. 하지만, 다 온 건 아니란다. 마지막까지 힘차게 저어야 해. 
- 네, 엄마!
- 그래. 과정도 중요하지만, 잘 끝맺는 것도 중요하단다. 
- 네, 엄마!
- 자, 이제 다 왔다! 돌아 보렴! 멀리도 헤엄쳐 왔지?
- 와아!
- 너희들이 참 자랑스럽구나!
- 고마워요. 엄마 때문에 여기까지 힘들지 않고 올 수 있었어요. 
- 그래. 오늘 내가 말을 좀 많이 했구나. 사실, 얼마 전에 어느 산책 나온 두 사람 이야기를 들었어. 
- 무슨 말을요?
- 으응. 엄마는 아이들에게  말을 많이 해 줘야 한다더구나. 엄마는 아이들의 텍스트 북이래.. 
- 텍스트 북이 뭐지요? 
-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지. 뭐, 듣고 읽고 배우는 책이라나? 자기들이 쓰는 책이 있나 봐. 우린 자연이 다 책이지, 안 그러냐?
- 네, 엄마!  좋은 말씀, 고마워요. 
- 고맙긴! 너희들이 잘 크는 게 내 행복이지! 
- 엄마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 그래, 그 말도 참 듣기 좋구나!  하지만, 얘들아! 지금은 "네, 네"하며 스폰지처럼 빨아 들이지만, 언젠가는 "아, 그거 아니에요!" 하고 덤빌 날도 올 거야. 
- 에이, 우린 그러지 않을 거에요!
- 아냐, 원하지 않아도 그런 날은 언젠가 온단다.
- 정말요?
- 그래. 하지만, 괜찮아! 난 다 이해할 수 있단다. 내가 우리 엄마한테 그랬거든? 하하.  자, 이제 가서 쉬어라. 꽃구경도 하고... 나도 좀 피곤하구나.
- 네, 엄마!
- 그래, 훗날, 너희들이 커서 혼자 호수를 건널 때도 내 말을 명심하거라. 
- 네, 엄마! 
 
뭐,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고 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딸아이가 어릴 때, 언제나 주고 받았던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잠시, 오리 가족 대화를 들으며 추억에 잠긴 하루. 엄마 생각도 많이 많이 생각난 여름날 오후였다. 


                                                                  (사진 : 나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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