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과 포인세티아

2014.12.20 17:10

차신재 조회 수:9

12월과 포인세티아
              차신재
오래 전
이 집에 살던 누군가가
뒷뜰 창가에 심어놓은 포인세티아
그 시들었던 꽃대가
슬쩍슬쩍
이층의 내 침실을 엿보는
커다란 꽃나무가 되었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살아가는 일 힘겨워
신경은 푸르게 날이 서도
추억처럼 오고가는 계절 아쉬워
올해도 색깔 중의 색깔로
빨갛게 피어난 포인세티아

활짝 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알 같은 시간들
그 허망함을 위하여
한 생애 뜨거운 불꽃으로 타오른다

어차피 넘겨야 할
마지막 달력 한 장
꽃잎처럼 사위며
새소리 바람소리 함께
만남과 이별을 지켜보는 달

황홀한 꽃더미  
그 빛나는 절정의 끝에
기도처럼 하늘을 향한 포인세티아
내년에도 다시
뜨겁게 꽃피울 무언의 약속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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