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도 여자였다

2013.11.16 11:54

박영숙영 조회 수:55

어머니도 여자였다


                
          박영숙영



꽃향기 분칠하는 계절이 와도
어머니는 솟아나는 봄나물을 보고서
이슬만 뿌리셨다

어머니의 봄은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계절이 아니라
찢어진 하늘을 기우며
고픈 배에 문신을 새기며 넘어야 하는
높고 높은 보릿고개였다

봄이 그렇게 왔다 갈 때면
목련처럼 우아하고
진달래꽃처럼 어여뻤던 어머니의 젊음도
여인의 모습도 봄과 함께 사라져 갔는데
  
창공을 향하여
넋 놓고 바라보던
어머니의 그 눈동자 속에서
나는 보았었네
어머니도 여자였다는 것을…




*시작 노트 :아버님의 퇴직금 받아서 냉천동 산기슭에 땅 5천 평을 샀는데,..
어느 날 밭일을 하다 말고 두 다리를 뻗고서 머~엉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잊을 수 없는 어머니의 그 슬픈 눈빛



시집:사부곡 아리랑 ㅡ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