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의 어린 딸

2014.05.14 08:37

박영숙영 조회 수:0

나는 엄마의 어린 딸


             박영숙영


뼈 속에 바람 들고
하얀 안개꽃 머리 위에 이고 있어도
나는 엄마의 어린 딸
엄마가 담아 보낸 김치 향에
목이 메던 젖 내음

징 소리로 울리는 빈 단지에
촉촉이 그리움 젖어 넘친다

휑한 눈에 튀어나온 광대뼈
햇빛에 그을린 초라한 모습으로
텃밭 가에 꽃씨를 뿌리시던

말 못했던 엄마의 속마음
화사한 꽃으로 피어나서
헤적헤적 부는 바람에 쓸쓸히 떨어지던

입을 다문 꽃잎들 곱게 접어
가슴 깊이 품었을 여자의 마음

채울 길 없는 빈 김치 단지에
생전에 엄마가 좋아하셨던
꽃들을 꽂아놓고 바라보니
무명 치마 흰 저고리 단아하게 차려입고
불경을 외우시던
엄마의 목소리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