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거울

2014.05.28 06:32

이월란 조회 수:9


벽거울


이월란 (2014-5)


그녀가 새로 장만한 철없는 아파트엔
아직도 걸지 못한
묵직한 벽거울 하나가 세로로 세워져 있다
분양받은 그녀의 미소는
겁 없는 세간 사이로 입주를 마쳤다
엄마, 튼튼한 못 두 개가 필요해
수평선이나 지평선처럼 소파 위에 가로로 걸테야
그녀의 상체만을 비춰 줄 수은 발린 유리벽
하늘 혹은 바다와 맞닿을 저 경계는
중력의 방향과 직각을 이루어야만 한다
봄바람처럼 가벼운 무게를 달아내어야만 한다
다시 신고 나가는 아침의 실루엣과
하루를 벗고 들어오는 노을의 뒷모습까지
불안히 읽어내야만 한다
넘어오는 파도소리를 먼저 들어야 하고
가로막는 산 그림자를 먼저 관통해야 한다
토르소 어깨위로 출렁거릴 머리칼이 아닌
짧은 팔과 짧은 다리가 지탱하는 전신을 조각해내야만 한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일별에도 익숙해질 수 있을까
백설공주나 왕비가 아닌 일곱 난장이들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세파의 처마 아래 홀로 날아 든 보금자리가
반사광의 눈부심에도 홀리지 않았음 좋겠다
밤새 변심한 수많은 아침을 들어 올릴
단단한 두 개의 못을 사러 간다
벽에 걸리는 그녀의 모습은
이중 잠금장치 속의 자유가 아니라
돌아서 나갈 현관 밖의 길이었음 좋겠다
하늘이면 좋겠다
바다라면 좋겠다
저 아이가 마주보며 쓸어 넘길
저 바람 같은 앞머리의 경계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59 안경라 2005.06.23 155
10258 가을엔 슬프지 않은 이유 홍인숙(그레이스) 2004.10.31 155
10257 갈릴리 바다 박동수 2006.08.14 154
10256 성을 바꿔서까지 조기유학을 정찬열 2005.11.23 154
10255 꿈도 영글어 갑니다 정찬열 2005.11.23 154
10254 대장간 정용진 2005.06.25 154
10253 왜냐고 예? 백선영 2004.11.11 154
10252 홍시와 아버지 강학희 2004.10.01 154
10251 뉴포트 비치 -*피어에서- 이성열 2004.08.06 154
10250 초롱이와 삼순이 고대진 2006.09.20 153
10249 우리는 돌이에요 정해정 2006.02.10 153
10248 추수감사절 밥상 강학희 2005.11.18 153
10247 세금보고와 독도문제 조만연.조옥동 2005.04.22 153
10246 국악박물관에 휴스턴 한인 자작 시비 세워져 (박영숙영) 박영숙영 2015.01.11 152
10245 새벽에 맞이한 하얀 눈 강민경 2006.02.27 152
10244 황포돛대를 달고서 박정순 2005.04.08 152
10243 나 좀 살려줘요 노기제 2004.08.09 152
10242 그렇게 긴 방황이 김사빈 2005.04.09 151
10241 수호천사 김수영 2014.04.06 151
10240 광주에 가다 오연희 2005.03.02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