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초당
2014.08.11 03:31
다산초당
살찐 강진 바람이 사자 이빨로
뒷산 나무들을 있는데로 물어뜯고
그 기세로 등성이를 내려와
흙담집 고즈넉한 창 앞에서 자지러졌다
바람도 굽신 고개 조아리는 근엄한 방이렸다
하 수상한 세월
꿈을 잃어버린 색바랜 책이
어둑신 들어앉아
처마에 궤어있는 달빛 바라보며
포호 한숨쉬는 방이렸다
한 때 사기팽팽한 의식이
활시위 당기 듯 찬찬하고 날카로웠지만
옳고 그름이 없던 세상
무엇을 꾀하고 무엇을 단속하랴
구름을 훔친 죄로
무자비한 기록에 연루되어
인간의 언어가 없는 깊은 풍경에 앉아
소리도 못된 물음으로
읽다가 쓰다가
틀없는 형틀에 묶여 한 생이 흘러간 방이렸다
너와지붕 추녀끝에 지지배배 다시 찿아들면
서울로 가는 길이 손금처럼 훤히 밣히고
형님에게 편지라도 쓸라치면
텃밭에 심은 파꽃이 어머니 형상으로 보이는 방이렸다
살찐 강진 바람이 사자 이빨로
뒷산 나무들을 있는데로 물어뜯고
그 기세로 등성이를 내려와
흙담집 고즈넉한 창 앞에서 자지러졌다
바람도 굽신 고개 조아리는 근엄한 방이렸다
하 수상한 세월
꿈을 잃어버린 색바랜 책이
어둑신 들어앉아
처마에 궤어있는 달빛 바라보며
포호 한숨쉬는 방이렸다
한 때 사기팽팽한 의식이
활시위 당기 듯 찬찬하고 날카로웠지만
옳고 그름이 없던 세상
무엇을 꾀하고 무엇을 단속하랴
구름을 훔친 죄로
무자비한 기록에 연루되어
인간의 언어가 없는 깊은 풍경에 앉아
소리도 못된 물음으로
읽다가 쓰다가
틀없는 형틀에 묶여 한 생이 흘러간 방이렸다
너와지붕 추녀끝에 지지배배 다시 찿아들면
서울로 가는 길이 손금처럼 훤히 밣히고
형님에게 편지라도 쓸라치면
텃밭에 심은 파꽃이 어머니 형상으로 보이는 방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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