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무얼 하신대유

2014.10.04 23:04

차신재 조회 수:17

하나님은 무얼 하신대유
                       차신재

여름 끝에서
*매미가 한바탕 크게 울었다
그 격렬한 흐느낌과 몸부림에 놀란
수 많은 목숨들이
TV 화면 속으로 뛰어 들고

다급함을 알리는 건지
신명이 난 건지
한 옥타브 올라간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곤두박질치는 물살을 가르며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한 여름
지루하게 서 있던 미루나무가
미친 듯 몸부림치고
순하게 잘잘거리던 냇물이
벌떡 일어나
온몸을 뒤틀며 구정물을 토해낸다

계곡의 급물살을
아슬아슬 가르는 구명줄에
목숨을 걸고 매달린 사람들
거센 파도에 휘둘리는 미역줄기처럼
후루루 후루루 몰려다니는 숲과 나무들
찢어진 채 주저앉은 비닐 하우스

허리까지 차오른 물길 속에서
쓰러진 벼를 바라보는 허탈
진흙 범벅 가재도구를 쓰러 안는
아낙네의 울음 투성이
쓰레기와 흙탕물로 뒤엉켜 버린
꿈, 희망, 분노, 절망 같은 것

휩쓸리는 물살 속에
뒤틀리고 헝클어지는
가난한 삶을 보며
하나님은 무얼 하신대유
의심만 시퍼렇게 짙어가는 사람들.
                                      
*2003년 9월 한반도를 휩쓸었던 태풍 "매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79 처럼 오영근 2009.01.12 0
10578 징소리 정용진 2007.12.06 0
10577 몰래 카메라 김동찬 2007.12.06 0
10576 빈 방 있습니까? 지희선 2007.12.10 0
10575 나는 지금 어디 서 있어야하나 ? 이 상옥 2007.12.10 0
10574 가을 이야기 2 밤과 한가위 / 김영교 김영교 2007.12.11 0
10573 사랑은 산행 김영교 2007.12.11 0
10572 대통령을 찾습니다 오영근 2007.12.12 0
10571 추워지는 늦가을 노기제 2007.12.14 0
10570 옷갈이 노기제 2007.12.14 0
10569 ○ 만여 번째 박치기 이주희 2013.04.15 0
10568 봄날의 꿈 박정순 2009.04.11 0
10567 부활의 아침의 기도 박정순 2009.04.11 0
10566 삶이란 성백군 2009.04.13 0
10565 양란(洋蘭) 앞에서 이용애 2008.10.26 0
10564 어둠숨쉬기 이월란 2008.10.26 0
10563 빈궁 2007 송명희 2008.10.26 0
10562 삼 복 날 이상태 2012.08.11 0
10561 불로장수(不老長壽) 정용진 2012.08.12 0
10560 8월 오연희 2012.08.1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