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3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1, 11월의 시간은 어느덧 우리 곁에 와 옷깃을 잡고 흔드네요. 더욱 붉고 선명해지는 단풍,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의 손에 얹히어 기품답게 가는 강 흐름 같은 모습, 감쪽같이 가고 오는 세월 속에서 인생은 나를 찾아가는 긴 여정이란 Alfred Alder의 말에 시인에게 시는 자신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라고 절감을 하며 11월의 감성은 저는 높푸른 가을 하늘에 올곧 떠 있는 감잎 몇 개와 황금빛 감 두엇, 혹은 씨감, 늦게 찾아오는 새를 위해 남겨놓은 그 정담 가득한 한국의 정서 한 개, 이렇게 제 가슴으로 저며 오네요. 오래 전 17년 만에 찾아간 조국 대한민국의 가을 하늘은 그렇게 쓰리도록 제 가슴에 각인되어 버렸지요.

시인 강인호는 가을에는라는 시에서 노래하고 있어요. <물소리 맑아지는 가을에는/ 달빛이 깊어지는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에는/ 쑥부쟁이 꽃피는 가을에는// 어인 일인지 부끄러워진다/ 딱히 죄지은 것도 없는데//아무런 이유 없이 가을에게/ 자꾸만 내가 부끄러워진다>

하늘이 높고 물소리가 맑아지고 깊어지는 가을에는 어인 일인지 부끄러워진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이거야말로 한국적인 정서가 아니겠어요.

또 이 준관 시인은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라는 시에서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시골 버스를 탄다/ 시골 버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황토흙 얼굴의 농부들이/ 아픈 소는 다 나았느냐고 /소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낯모르는 내 손에 /고향 불빛 같은 감을/ 쥐어주기도 한다./ 콩과 팥과 고구마를 담은 보따리를/ 제 자식처럼

품에 꼭 껴안고 가는/ 아주머니의 사투리가 귀에 정겹다./ 창문 밖에는 /꿈 많은 소년처럼 물구나무선 /은행나무가 보이고, /지붕 위 호박덩이

/같은 가을 해가 보인다. /어머니가 싸주는 /따스한 도시락 같은 시골 버스. /사람이 못내 그리울 때면 /문득 낯선 길가에 서서 /버스를 탄다. /하늘과 바람과 낮달을 머리에 이고>

이 얼마나 한국적인지. 우리의 고향 내 속에서 우리의 속 깊이 자르르 흘러드는 우리의 정......시인은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 하늘과 바람과 낮달을 머리에 이고. 시골 버스를 탄다 고 노래했어요. 그러나 그가 노래한 그런 정경이 지금도 남아 있는지......

시인은 그가 사는 시대를 떠날 수 없지요. 외형적으로 다가오는 사회 상황의 조임에서 몸부림치며 자유와 해방의 꿈을 꾸는 그에게 그의 시는 자연 다른 옷을 입지 않을 수 없겠지요. 쉽게 앞서 갈 수도 또 뒤로 쳐질 수는 결코 없는 시인의 즐거운 운명, 나는 이것을 즐거운 운명이라 부르내요. 이것이 결코 다음에 나오는 나의 졸시의 변명이 아니기를.....

 

종이도 펜도 없이

누가 붉은 몽당연필로 시를 쓴다

거울에 립스틱으로

적는다

굼벵이가 단단한 모래 위를 꿈틀거리듯

거울에는 시가 아닌 시 한 줄

또 한 연, 아득스런 너의 말....

내 속에 잠자던 나비가 눈을 반짝 한다

오래 오래 징그럽게 점잔 빼던

더는 오욕과 거짓에 짓눌려 견디지 못하고

눈을 뜨고 파닥 거린다

 

나비가 내가 되려한다

꽃이 되어 가을 단즙이 되어

아니, 무엇이나 되어 꿈꾸는

 

세상 모든 미움 절판하려한다

 

나비는 수직으로 서서

최후의 유언처럼

사랑, 사랑....... 날개로 적는다

, 바스러진 뼈들이 보송보송

일어나

다시

시작으로

 

돌아간다. (‘거울에 쓰는 붉은 몽당연필곽상희 작)

 

       저의 부끄러움의 시를 달마다 저의 서신 속에 보내는 것은 시를 사랑함이며 인생을 사랑하는 그 사랑임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음을, 2000년 전 하나님 아들의 사랑의 육화, 말구유에 오심도 그 겸손한 사랑 탓임을, 그 아름다운 정서 속에 젖어서 11월의 서정을 맑게 가늠하며, 아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29 獨志家 유성룡 2008.03.08 144
1828 봄밤 이월란 2008.03.08 133
1827 詩똥 이월란 2008.03.09 333
1826 울 안, 호박순이 성백군 2008.03.09 246
1825 Daylight Saving Time (DST) 이월란 2008.03.10 161
1824 꽃씨 이월란 2008.03.11 163
1823 노래 하는 달팽이 강민경 2008.03.11 307
1822 여든 여섯 해 이월란 2008.03.12 244
1821 가시내 이월란 2008.03.13 228
1820 바다를 보고 온 사람 이월란 2008.03.14 166
1819 장대비 이월란 2008.03.15 295
1818 별리동네 이월란 2008.03.16 115
1817 봄의 가십(gossip) 이월란 2008.03.17 163
1816 페인트 칠하는 남자 이월란 2008.03.18 349
1815 망부석 이월란 2008.03.19 154
1814 목소리 이월란 2008.03.20 175
1813 원죄 이월란 2008.03.21 187
1812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3.22 195
1811 누전(漏電) 이월란 2008.03.23 151
1810 현실과 그리움의 경계 이월란 2008.03.24 148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