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어디로 갔을가

2014.10.09 15:33

차신재 조회 수:19

모두 어디로 갔을까
                 차신재

오랜만에 찾아 온 고향
포클레인에 허리가 잘려나간 채
발가벗고 누워있는 뒷동산
도랑 건너 순이네 초가집도
토담아래 민들레와 제비꽃도 흔적이 없다

마을의 저녁 골목을
강줄기마냥 휘감아 돌던
청솔가지 매운 연기도 전설 같은 이야기
옛 모습 그대로 맞아주는 건
하늘과 바람 뿐이다

메뚜기 떼 날아오르던 논둑길로
공사용 트럭이 달리고
관광버스와 날씬한 승용차 뒤를 따라
핸드폰을 목에 건 노인이
경운기를 몰고 오는 낯선 풍경

세참에는 논밭 머리에
자장면과 짬뽕이 배달되고
마을회관에 설치된 스피커에선
핵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구호가
종일 울어대는 오늘의 고향

퍼내어도 퍼내어도 넘쳐나던 동네 우물은
바싹 마른 유령같은 몰골로 앉아 있고
후손 없는 봉분처럼
군데군데 널브러져있는 쓰레기더미엔
빈병과 비닐봉투가 절반이다

산과 산 사이에
층층이 앉아있던 논밭에는
펜션이란 낯선 문패가 여기저기 붙어있는데
그 많던 참새와 허수아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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