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2014.10.09 17:21

차신재 조회 수:24

담쟁이
                차신재

길은 사방으로 열려 있어도
가야 할 곳은 오직 한 길
질기게 엉킨 인연의
벽은 외롭고 메말랐다

온 힘으로 손을 뻗어도
미끄러져 내리기만 하는 꿈
티끌만한 틈이라도 손끝에 닿으면
악착스레 기어오르는 것만이
목숨이고 희망이었던 시간들

단단한 벽에 붙어
손톱 끝이 새파랗도록
생의 빈 칸들을
채우며 올랐다
끝없는 추락과 비상
그렇게
나의 이민살이도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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