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날선 빛

2014.11.14 16:00

성백군 조회 수:105

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어둠 속
유령 같은 것이
가시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의뭉스러워 다가가 보았더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을 잔뜩 먹음고 있다

뉘 집 울을 넘어
탈출한 걸까,  쫓겨난 걸까
한때는 주부 손에 이끌리어
장바닥을 휩쓸고 다니면서 영광을 누렸을 텐데
그 영화도 잠시, 짐을 다 비우고 할 일이 없어지니
사랑도 떠나 가드라며
사십 대 실직자처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교과서 말만 믿고 큰 소리치며 뛰쳐나온 비닐봉지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품 안에 안겼던 애처로운 눈망울들이
옆구리를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비틀며
주변을 살핀다

이제는
자기가 흔해빠진 비닐봉지임을 알았는지
제 몸 찢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펄럭거린다
날선 흰빛이 어둠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진다

    634 - 10112014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79 해열 안경라 2009.08.25 0
10478 가는 길 최상준 2009.08.25 0
10477 먹고 죽은 귀신(견공시리즈 13) 이월란 2009.08.25 0
10476 어머니는 박정순 2009.11.24 0
10475 길을 떠난 그대에게 박정순 2009.11.24 0
10474 도라지꽃 박정순 2009.11.24 0
10473 여름밤의 악사 박정순 2009.11.24 0
10472 어떤 슈퍼마켓 박정순 2009.11.24 0
10471 아침 햇살 박정순 2009.11.24 0
10470 그림자 박정순 2009.11.24 0
10469 나 그대의 꽃이었고 싶었다 박정순 2009.11.24 0
10468 어버이날 아침의 산문과 시 이승하 2008.05.07 0
10467 애모 이월란 2008.05.07 0
10466 카인의 딸 이월란 2008.05.07 0
10465 야경(夜景) 이월란 2008.05.07 0
10464 세월이여 내 사랑만은-----------시집 이월란 2008.05.07 0
10463 의족(義足)----------------시사, 시집 이월란 2008.05.07 0
10462 내 안에 있는 바다 이월란 2008.05.07 0
10461 잔풀나기----------------------시집 이월란 2008.05.07 0
10460 장대비-------------------시사, 시집 이월란 2008.05.0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