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惡臭)
2014.10.15 09:19
정용진 시인
삶 속에서
가장 아끼던 물건도
실증이 나고 냄새를 풍기면
쓰레기통에 버린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그렇다.
아무리 끈질기게
추근추근 달라붙고
졸라대도 아무 소용이 없다.
보라!
무심한 듯 서있는 뒷산의 노송도
매서운 인동(忍冬) 세월을
외롭게 견디며
이른 봄 햇 송화 가루로
향을 발하는데
이 맑고 푸른 광명 천지에
저속한 언어와 얄팍한 술수로
세상을 현혹시키려는 수법으로
온갖 단체를 만들고
이력서를 수놓으며
명성을 얻으려 하느냐
그런다고 과연 네가 명인이 되겠느냐
네 세치의 손바닥으로
세상을 가리려 해도 결코 안 된다.
세상이 너무 잘 알기에
너는 곧
네가 명성을 얻겠다고
스스로 만들어 뒤집어 쓴
허영의 감투로 앞을 못보고
타락의 구렁텅이로 풍덩 빠지리라
심한 악취를 풍기면서.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439 | 나는 아직도 꿈에 만원버스를 탄다 석정희 | 석정희 | 2006.01.10 | 260 |
10438 | 내 안의 그대에게 (2) | 홍인숙(그레이스) | 2004.07.30 | 260 |
10437 | 풍경화 한 폭 | 차신재 | 2014.10.01 | 259 |
10436 | 약 한 봉지 | 장태숙 | 2005.02.14 | 259 |
10435 | 코코펠리 피리소리 | 박영호 | 2004.11.07 | 259 |
10434 | 재미있는 전쟁 | 정해정 | 2006.02.10 | 258 |
10433 | 9가지 성령의 열매와 메뉴 | 오영근 | 2005.12.13 | 258 |
10432 | 쌈밥 | 김영교 | 2004.12.09 | 258 |
10431 | 내 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 | 노기제 | 2014.07.02 | 257 |
10430 | 술꾼의 어떤 모양새 | 노기제 | 2005.09.19 | 257 |
10429 | 사랑하고 싶을 때 | 김희주 | 2015.01.25 | 256 |
10428 | 바위섬 | 차신재 | 2014.10.01 | 256 |
10427 | 맥아더 공원에서 | 박영호 | 2006.02.27 | 254 |
10426 | 내조(內助)와 외조(外助) | 조만연.조옥동 | 2005.01.12 | 254 |
10425 | 내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 | 장태숙 | 2005.08.25 | 253 |
10424 | 향수 | 유은자 | 2006.02.11 | 251 |
10423 | 골반 뼈의 추억 | 서 량 | 2006.01.10 | 251 |
10422 |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명상'의 에피소드 | 홍인숙(그레이스) | 2005.11.02 | 251 |
10421 | 추억으로 먹는 '대갱이' | 정찬열 | 2005.04.12 | 251 |
10420 | 공연 리뷰 '레미제라블' | 조정희 | 2005.01.17 | 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