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헤엄치다

2014.10.22 06:17

이월란 조회 수:24




땅을 헤엄치다


이월란(2014-9)


나는 일찍이 땅 위에서 숨 쉬고 헤엄치며 살도록 태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웬일인지 살아갈수록 숨이 가빠지고 자꾸만 고꾸라진다. 며칠 내내 엎어져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제자리에서 허우적대는 오래된 습관.

어쩌면 나는 물고기였을까.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물속으로 첨벙 뛰어든다. 지느러미가 없다. 꼬리가 없다. 비늘이 없다. 아가미가 없다. 부레가 없다.

두 팔을 지느러미처럼 움직이며 입술은 아가미처럼 뻐끔거린다. 공기방울들이 코끝에서 날아오른다. 콧구멍이 땅을 향하지 않을 때마다 락스물이 심장을 찌른다. 땅 없는 몸이 기우뚱거릴 때마다 엑스선 사진을 찍을 때처럼 호흡이 멈춘다. 아주 오래.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새처럼 날아오른다. 하늘같은 땅 위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39 타인 이월란 2008.05.08 0
10438 바람 맞으셨군요 이월란 2008.05.08 0
10437 고문(拷問) 이월란 2008.05.08 0
10436 곶감 이월란 2008.05.08 0
10435 불망(不忘) 이월란 2008.05.08 0
10434 현실과 그리움의 경계-------시사,시집 이월란 2008.05.08 0
10433 질투--------------------------시집 이월란 2008.05.08 0
10432 바느질 이월란 2008.05.08 0
10431 물 긷는 사람 이월란 2008.05.08 0
10430 울초--------------------------시집 이월란 2008.05.08 0
10429 그립다 말하지 않으리 이월란 2008.05.08 0
10428 그런 날 있다 이월란 2008.05.08 0
10427 봄의 넋------------------------시집 이월란 2008.05.08 0
10426 이별을 파는 사람들 이월란 2008.05.08 0
10425 바람의 밀어 이월란 2008.05.08 0
10424 악몽 이월란 2008.05.08 0
10423 비질 이월란 2008.05.08 0
10422 꽃샘추위 이월란 2008.05.08 0
10421 음모(陰謀) 이월란 2008.05.08 0
10420 연(鳶) ------------------------시집 이월란 2008.05.0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