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헤엄치다
2014.10.22 06:17
땅을 헤엄치다
이월란(2014-9)
나는 일찍이 땅 위에서 숨 쉬고 헤엄치며 살도록 태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웬일인지 살아갈수록 숨이 가빠지고 자꾸만 고꾸라진다. 며칠 내내 엎어져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제자리에서 허우적대는 오래된 습관.
어쩌면 나는 물고기였을까.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물속으로 첨벙 뛰어든다. 지느러미가 없다. 꼬리가 없다. 비늘이 없다. 아가미가 없다. 부레가 없다.
두 팔을 지느러미처럼 움직이며 입술은 아가미처럼 뻐끔거린다. 공기방울들이 코끝에서 날아오른다. 콧구멍이 땅을 향하지 않을 때마다 락스물이 심장을 찌른다. 땅 없는 몸이 기우뚱거릴 때마다 엑스선 사진을 찍을 때처럼 호흡이 멈춘다. 아주 오래.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새처럼 날아오른다. 하늘같은 땅 위로.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439 | 해부 | 오연희 | 2004.09.15 | 32 |
10438 | 아버지와 낚시여행 | 홍인숙(Grace) | 2004.09.15 | 41 |
10437 | 그 친구들 | 문인귀 | 2004.09.16 | 30 |
10436 | 하늘가는 길 | 전지은 | 2004.09.16 | 49 |
10435 | 요즘 나는 무척 바쁘다 | 강학희 | 2004.09.16 | 42 |
10434 | 고모님과 동정 | 강학희 | 2004.09.17 | 48 |
10433 | 집 | 강학희 | 2004.09.17 | 64 |
10432 | 안착을 알리며 | 김영교 | 2004.09.20 | 105 |
10431 | 30여년 세월의 스승 권태을 선생님께 | 이승하 | 2004.09.20 | 76 |
10430 | 불꺼진 창 | 최영숙 | 2004.09.21 | 93 |
10429 | 가슴에 키운 흑진주 | 백선영 | 2004.09.21 | 65 |
10428 | 그대의 사랑으로 나는 지금까지 행복하였소 | 이승하 | 2004.09.23 | 56 |
10427 | 가을에 띄운 편지 | 강학희 | 2004.09.23 | 141 |
10426 | 눈 덮인 산정 (1) | 박영호 | 2004.09.24 | 92 |
10425 | 화원 산책 (2) | 박영호 | 2004.09.24 | 98 |
10424 | 영혼의 강 | 박영호 | 2004.09.24 | 97 |
10423 | 추석단상 | 오연희 | 2004.09.25 | 112 |
10422 | 떨쳐버릴 수 없는 친구 | 조정희 | 2004.09.25 | 191 |
10421 | 장례식에서 | 강학희 | 2004.09.26 | 106 |
10420 | 일상이라는 잡초 | 김혜령 | 2004.09.27 | 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