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熟眠)

2014.11.04 03:36

강민경 조회 수:30

숙면(熟眠)/강 민 경

저녁 식사 후의
와이키키 바닷가 큰길은
세계의 언어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밀려다닌다

어둠에 잘 길든 등 굽은 가로등
소리 없는 종소리처럼 따라다니며
지칠 줄 모르고  
거리의 악사들, 노랫소리
여러 종의 볼거리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는 소음에도
끄떡없이, 틈만 나면 번식을 꿈꾸는
정자나무
이리저리 휩쓸리는
관광객들의 눈길 잡아끄는 덩치 자랑은
제 품에서 곤히 잠든 새들은 안중에 없었는데

일일 노동에 지쳤는가! 만족한 것인가!
세상만사 다 잊고 잠든
꽃 숭어리 같은 부동의 새들이 더
부러운 나는
세상에 감춰진 내 안의 고요를 꺼낸다
  
오늘 밤은
저 새들처럼 깊이 잠들 수 있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79 당신을 사랑합니다. 장광옥 2004.08.29 138
10478 세계의 명 연설을 찾아서 이승하 2004.08.30 231
10477 '여성'에 대한 명상 이승하 2004.08.30 210
10476 그림자(子) 백선영 2004.08.30 71
10475 점의 노래 / 석정희 석정희 2004.08.30 118
10474 영혼을 담은 글 이승하 2004.08.31 183
10473 젊은 장례식 오연희 2004.09.01 116
10472 노래방에서 오연희 2004.09.01 176
10471 장효정 2004.09.02 74
10470 산다는 것은 장효정 2004.09.02 57
10469 촛불 장효정 2004.09.02 54
10468 기도 장효정 2004.09.02 37
10467 우리집 장효정 2004.09.02 55
10466 어머니의 강 장효정 2004.09.02 63
10465 백두산 천지 장효정 2004.09.02 38
10464 묘향산 일기 장효정 2004.09.02 47
10463 그랜드 캐년 장효정 2004.09.02 46
10462 과거와 현재를 잇는 메타포의 세월, 그 정체 -최석봉 시집 <하얀 강> 문인귀 2004.09.03 50
10461 악어처럼 입을 벌려봐 김동찬 2004.09.06 67
10460 아내의 꿈 김동찬 2004.09.06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