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하는 것들은
2014.11.26 07:59
호흡하는 것들은
오연희
부엌에서 훤히 내다보이는 심심한 뒷마당에
조그만 분수대 하나 들여 놓았다
새 떼들 모여들어
물 마시고 목욕하는 아침나절
찻잔을 손에 들고 창 밖을 내다본다
제 세상 만난 듯 발길질에 몸 털기에
재재재재 소리도 청아하다
사선을 그으며 나르는 물방울
지나가던 바람의 정체도 드러나고
벽을 타고 올라와 창 안을 기웃대던 자잘한 꽃도
물소리 향해 일제히 고개 돌리며 팔랑
퍼지는 향기에
허밍버드 한 마리 꽃 우로 맴을 돌고
합류할 기회를 노리는 듯 다람쥐 몇 마리
알레그로의 음계를 타고 담장 위를 오르락내리락
호흡하는 것들 졸졸졸 무대로 딸려 나온다
다 보고 있었구나 다 듣고 있었구나
조그만 변화에 반응하는 생명
옆집 담 위로 불쑥 솟은 팜 트리
지휘하는 손인 듯 초록 깃발 흔들어대고.
오연희
부엌에서 훤히 내다보이는 심심한 뒷마당에
조그만 분수대 하나 들여 놓았다
새 떼들 모여들어
물 마시고 목욕하는 아침나절
찻잔을 손에 들고 창 밖을 내다본다
제 세상 만난 듯 발길질에 몸 털기에
재재재재 소리도 청아하다
사선을 그으며 나르는 물방울
지나가던 바람의 정체도 드러나고
벽을 타고 올라와 창 안을 기웃대던 자잘한 꽃도
물소리 향해 일제히 고개 돌리며 팔랑
퍼지는 향기에
허밍버드 한 마리 꽃 우로 맴을 돌고
합류할 기회를 노리는 듯 다람쥐 몇 마리
알레그로의 음계를 타고 담장 위를 오르락내리락
호흡하는 것들 졸졸졸 무대로 딸려 나온다
다 보고 있었구나 다 듣고 있었구나
조그만 변화에 반응하는 생명
옆집 담 위로 불쑥 솟은 팜 트리
지휘하는 손인 듯 초록 깃발 흔들어대고.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479 | 당신을 사랑합니다. | 장광옥 | 2004.08.29 | 138 |
10478 | 세계의 명 연설을 찾아서 | 이승하 | 2004.08.30 | 231 |
10477 | '여성'에 대한 명상 | 이승하 | 2004.08.30 | 210 |
10476 | 그림자(子) | 백선영 | 2004.08.30 | 71 |
10475 | 점의 노래 / 석정희 | 석정희 | 2004.08.30 | 118 |
10474 | 영혼을 담은 글 | 이승하 | 2004.08.31 | 183 |
10473 | 젊은 장례식 | 오연희 | 2004.09.01 | 116 |
10472 | 노래방에서 | 오연희 | 2004.09.01 | 176 |
10471 | 길 | 장효정 | 2004.09.02 | 74 |
10470 | 산다는 것은 | 장효정 | 2004.09.02 | 57 |
10469 | 촛불 | 장효정 | 2004.09.02 | 54 |
10468 | 기도 | 장효정 | 2004.09.02 | 37 |
10467 | 우리집 | 장효정 | 2004.09.02 | 55 |
10466 | 어머니의 강 | 장효정 | 2004.09.02 | 63 |
10465 | 백두산 천지 | 장효정 | 2004.09.02 | 38 |
10464 | 묘향산 일기 | 장효정 | 2004.09.02 | 47 |
10463 | 그랜드 캐년 | 장효정 | 2004.09.02 | 46 |
10462 | 과거와 현재를 잇는 메타포의 세월, 그 정체 -최석봉 시집 <하얀 강> | 문인귀 | 2004.09.03 | 50 |
10461 | 악어처럼 입을 벌려봐 | 김동찬 | 2004.09.06 | 67 |
10460 | 아내의 꿈 | 김동찬 | 2004.09.06 | 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