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귀 윤동주 서시문학상/해외작가특별상
2017.12.04 02:31
<수상소감>
그분처럼 나는 나를 미워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를 가엾어 하지도 못했고요, 그래서 또한 그분처럼 나를 그리워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분처럼 나를 버리지 못했고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만 알게 됩니다. –윤동주의 <자화상>을 읽으면 자꾸만 이런 독백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더 줄어든 나의 몰골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윤동주’라는 그 이름의 상을 제가 받다니요! 기쁘기도 하지만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1968년 봄에 선배의 결혼식에 갔었습니다. 축하를 드리고 나서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닷새 후면 캐나다로 떠난다고 했더니 선배는 눈을 부라리며 “기어코 가는 거냐? 넌 매국노야!” 라고 하더군요. 물론 저를 아껴서 가까이 두고 싶어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애국가가 울리면 울컥해지는 마음 때문에 제대로 따라 부르질 못하는 반편이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모국어는 그런 것 맞습니다. 해외에서 대를 이으며 50년을 살아도, 그보다 많은 100년을 150년을, 혹은 500년을 더 산다 해도 우리의 모국어는 보면 볼수록 더 좋은 어머니이시고, 봉숭아 꽃물들이던 누이들의 웃음소리이고, 서툰 두레박질에서 우물 바닥 물로 떨어지는 찰진 물소리가 다 생생한 모국어이어서, 모국어를 빼놓고는 못 사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끼리끼리 모여 모국어로 속을 쏟아냅니다. 그것이 웃음이어도 좋고 그것이 울음이어도 좋습니다. 우리는 웃음도 울음도 우리나라 말로 해야만 속 시원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말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시와 사람들>이란 문패를 달고 지금은 50 여 분들이 두 주에 한 번씩 시 창작에 열을 쏟고 있습니다. 벌써 내 후년이면 20년이 되는 모임으로 어떤 분은 18년을, 15년을, 10년을 함께 하며 시를 쓰고 있습니다. 그 동안 김남조 홍문표 문효치 정효구 정호승 김승희 시인님들을 이곳까지 모셔다가 특강을 받아가며 부족한 점을 메워가며 시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이처럼 귀한 상을 받게 된 것은 이와 같은 일을 함께 하는 동료 시인들, <시와 사람들>이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시심의 옥토 화’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해서‘시를 알기 위해, 시를 쓰기 위해, 시를 나누기 위해’ 모여 활동하는 우리들의 시 운동은 해외 동포들의 정서적 안정을 부추겨 댈 것이며 모국의 민족의식을 전수하는 이음새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따라서 해방된 조국은 이제 해외에 정착하고 있는 코리언 디아스포라들을 위해 윤동주시인의 애국애족과 같은 사상이 더욱 필요 하게 될 것이며 그 숭고한 민족주의의 전통을 이어 수 백 만이 넘는 해외동포들의 고국 사랑을 결집시키는‘신민족주의’운동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 여깁니다. 저는 이 일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윤동주서시문학상 해외작가 특별상’수상자답게 열심히 일 해 나갈 것을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