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보다 몇 십배
더 샛노란 산수유가
뼈만 남은 가지를 올라타고
아까부터 꼼작달싹도 안 하고 있다가
내가 눈을 두 번쯤 깜박이는 틈을 타서
얼른 몸을 움직이는 걸 보았다
배경에 엉거주춤 서 있던
키가 큰 소나무 서너 그루도
이때가 때다! 하며 봄바람을 만진다
나는 시야가 뭉클해지면서
원근법이 엉망이 된다
개나리보다 몇 백배 더 단단한
작고 귀여운 뿔들이 샛노랗게 솟아
너무나 부끄러운 산수유 얼굴만 빼놓고
머쓱해 하는 산봉오리 몇몇이며 들판이며
내가 여태껏 애타게 기다린 봄도
초점이 다 흐리멍덩해지는 걸 보았다
© 서 량 2005.03.2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86 | 신아(新芽)퇴고 | 유성룡 | 2006.03.03 | 273 | |
185 | 당신을 그리는 마음 2 | 유성룡 | 2006.03.01 | 263 | |
184 | 3.1절을 아는가 / 임영준 | 김연실 | 2006.02.27 | 295 | |
183 | 새벽에 맞이한 하얀 눈 | 강민경 | 2006.02.27 | 299 | |
182 | 봄이 오는 소리 | 유성룡 | 2006.02.25 | 223 | |
181 | 새 | 강민경 | 2006.02.19 | 201 | |
180 | 화가 뭉크와 함께 | 이승하 | 2006.02.18 | 2312 | |
179 | 얼씨구 / 임영준 | 뉴요커 | 2006.02.17 | 221 | |
178 | 삶이 이토록 무지근할 때엔 | 최대수 | 2006.02.17 | 284 | |
177 | 어머니의 가슴에 구멍은 | 김사빈 | 2006.02.14 | 400 | |
176 | 천상바라기 | 유성룡 | 2006.02.11 | 488 | |
175 | 삶의 향기 | 유성룡 | 2006.02.04 | 245 | |
174 | 사랑의 꽃 | 유성룡 | 2006.01.29 | 195 | |
173 | 연어 | 복 영 미 | 2006.01.26 | 264 | |
172 | 친구야 2 | 유성룡 | 2006.01.22 | 197 | |
171 | 겨울 바람과 가랑비 | 강민경 | 2006.01.13 | 274 | |
170 | 달팽이 여섯마리 | 김사빈 | 2006.01.12 | 372 | |
169 | 골반 뼈의 추억 | 서 량 | 2006.01.10 | 501 | |
168 | 새해에는 / 임영준 | 박미성 | 2006.01.03 | 289 | |
167 | 불꽃 놀이 | 강민경 | 2006.01.02 | 2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