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보다 몇 십배
더 샛노란 산수유가
뼈만 남은 가지를 올라타고
아까부터 꼼작달싹도 안 하고 있다가
내가 눈을 두 번쯤 깜박이는 틈을 타서
얼른 몸을 움직이는 걸 보았다
배경에 엉거주춤 서 있던
키가 큰 소나무 서너 그루도
이때가 때다! 하며 봄바람을 만진다
나는 시야가 뭉클해지면서
원근법이 엉망이 된다
개나리보다 몇 백배 더 단단한
작고 귀여운 뿔들이 샛노랗게 솟아
너무나 부끄러운 산수유 얼굴만 빼놓고
머쓱해 하는 산봉오리 몇몇이며 들판이며
내가 여태껏 애타게 기다린 봄도
초점이 다 흐리멍덩해지는 걸 보았다
© 서 량 2005.03.2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47 | 푸른 언어 | 이월란 | 2008.04.08 | 227 | |
1446 | 시 | 노숙자 | 강민경 | 2013.10.24 | 227 |
1445 | 시 | 설국(雪國) | 하늘호수 | 2016.01.10 | 227 |
1444 | 일주야 사랑을 하고 싶다 | 유성룡 | 2006.04.21 | 226 | |
1443 | 귀향 | 강민경 | 2006.05.29 | 226 | |
1442 | 하늘을 바라보면 | 손영주 | 2008.02.28 | 226 | |
1441 | 시 | 내가 나의 관객이 되어 | 하늘호수 | 2017.09.16 | 226 |
1440 | 시 | 작은 꽃 | 강민경 | 2017.11.26 | 226 |
1439 | 시조 |
들풀 . 1 / 천숙녀
1 ![]() |
독도시인 | 2021.03.21 | 226 |
1438 | 가시내 | 이월란 | 2008.03.13 | 225 | |
1437 | 대나무 마디 | 성백군 | 2013.06.26 | 225 | |
1436 | 시 | 고무풍선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5.04.22 | 225 |
1435 | 시 | 아! 그대의 미소가 빠졌네요 – 김원각 | 泌縡 | 2020.08.23 | 225 |
1434 | 시조 |
서성이다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4.01 | 225 |
1433 | 4월의 하늘가 | 유성룡 | 2006.03.28 | 224 | |
1432 | 地久 | 천일칠 | 2007.03.08 | 224 | |
1431 | 시 | 플루메리아 낙화 | 하늘호수 | 2016.07.17 | 224 |
1430 | 시 | H2O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1.24 | 224 |
1429 | 시 | 그대와 함께 / 필재 김원각 | 泌縡 | 2020.01.24 | 224 |
» | 산수유 움직이고 | 서 량 | 2005.03.28 | 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