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인과 어제 무슨 말을 하다가
세상에 참. 말도 안 되는 말만 살살 골라
하는 짓거리가 시라는 말을 하고 나서
자기가 한말에 스스로 놀라서 좀 킥킥댔어요
말이 안 되는 말, 생각이 안 되는 생각
또 있어요, 느낌이 될 수 없는 느낌 같은 것들이
이른 봄 산수유를 보니까 자꾸 솟는 거에요
오늘 새벽에도 말이 안 되는 이상한 꿈을 꾸고
이게 어찌된 거지? 하며 놀라 일어나서
아, 시가 꿈 같은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덜컥 들었어요
사라지는 실존의 산수유도
카메라 렌즈에 잡혀 끝이 없어진 산수유도
금방 꾼 꿈처럼 말이 안 된다는 느낌인 거에요
산수유들이 내 시 속에서 꼼지락대며 자면서
내 짧은 실력으로는 전혀 알아낼 수 없는
자기네들만의 꿈을 꾼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난 다음에
머리를 잘 정리하고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운 봄날 산수유들이 정말로 몸을 콱콱 비틀면서
관자놀이가 시뻘개지도록 춤을 추고 있는 거에요
© 서 량 2005.04.01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5 | 30여년 세월의 스승 권태을 선생님께 | 이승하 | 2004.09.20 | 750 | |
84 | 뇌는 죄가 없다 - Brain is not guilty | 박성춘 | 2010.11.21 | 754 | |
83 | 지나간 자리는 슬프다 | 강민경 | 2010.02.20 | 760 | |
82 | 수필 | 김우영 작가의/ 주당 골초 호색한 처칠 | 김우영 | 2013.10.27 | 768 |
81 | 긴간사(緊幹事) | 유성룡 | 2010.04.23 | 771 | |
80 | 시계 | 박성춘 | 2009.10.14 | 772 | |
79 | 규보跬步 | 유성룡 | 2009.09.14 | 774 | |
78 | 시 | 6월의 언덕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6.16 | 775 |
77 | 김명수 작품집 작품해설(200자 원고지 28매) | 김우영 | 2011.02.10 | 777 | |
76 | 건널목에 두 사람 | 강민경 | 2010.04.18 | 778 | |
75 | 살아 가면서 | 박성춘 | 2010.10.22 | 782 | |
74 | 김우영 작가가 만난 사람들 | 김우영 | 2011.11.15 | 789 | |
73 | 여행기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었던 시인을 찾아서 | 이승하 | 2005.07.10 | 790 | |
72 | 91. 한국 전북 변산반도 책마을 | 김우영 | 2011.01.12 | 791 | |
71 | 네 둥근 가슴에 붙들리니 | 강민경 | 2009.12.16 | 792 | |
70 | 맥주 | 박성춘 | 2010.10.01 | 803 | |
69 | 연꽃과 연등 - 나마스테 | 관리자 | 2004.07.24 | 804 | |
68 | 그 문 (The Gate) | 박성춘 | 2010.06.22 | 809 | |
67 | 마흔을 바라보며 | 박성춘 | 2010.05.21 | 814 | |
66 | 생선가시 잇몸에 아프게 | 서 량 | 2005.02.03 | 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