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96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피아노는 늘
육체를 다스리는 풍습에 젖는다
열 손가락으로 광! 광! 두들기는
말초신경의 뻔뻔함으로
육체를 거부하는 생리를 잘 알고 있는
피아노 치는 여자는

검정 속옷과 스터킹
어지러운 손가락 놀림
발밑에 눌리는 소프트 페덜만으로
피아노는 충분히 남자의 함정이다
피아노 치는 여자 목 아래로 푹 파여 있는
아늑한 함정이다

육체는 육체끼리
영혼은 영혼끼리
따로 떨어진 연습실에서 음계연습을 한다
머리를 잘 빚지 않는 남자를
자신에게 단단하게 묶어 두기 위하여
오늘도 밤늦도록 피아노 치는 여자여
이룰 수 없는 사랑,
저 싱싱한 페미니즘이 붉은 피를 흘릴 때
슬며시 고개를 드는 휴머니즘을 위하여
나를 때려 다오, 피아노 치는 여자여
여지 없이 나를 발로 짓눌러 다오
새까만 그랜드 피아노 소프트 페덜처럼

* 피아노 치는 여자 - 200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 소설 제목

© 서 량 2005.02.09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5 시조 무너져 내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29 120
964 무 덤 / 헤속목 헤속목 2021.05.03 329
963 무 덤 / 헤속목 1 헤속목 2021.07.27 96
962 몽유병 쏘나타 오영근 2009.08.25 826
961 몽돌과 파도 성백군 2014.02.22 372
960 시조 몽돌 / 천숙녀 1 file 독도시인 2021.02.07 164
959 시조 몽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20 133
958 못난 친구/ /강민경 강민경 2018.07.17 90
957 시조 못 짜본 베 / 천숙녀 1 file 독도시인 2021.02.10 55
956 몸이 더워 지는 상상력으로 서 량 2005.02.07 427
955 몸으로 하는 말 강민경 2011.10.05 235
954 몸살 앓는 봄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4.09 80
953 몸살 앓는 닦달 시대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2.20 56
952 몸과 마음의 반려(伴呂) 강민경 2015.06.08 278
951 몰라서 좋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1.16 66
950 목이 말라도 지구는-곽상희 file 미주문협 2020.09.06 41
949 목소리 이월란 2008.03.20 171
948 목백일홍-김종길 미주문협관리자 2016.07.31 337
947 시조 목련 지는 밤 / 천숙녀 1 file 독도시인 2021.04.10 120
946 모퉁이 집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14 118
Board Pagination Prev 1 ...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