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10 15:03

한정식과 디어헌터

조회 수 466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정식 밥상에 대한 추억이 둘 있는데, 한 번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수덕사에 수학여행을 갔을 때 절음식 반찬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었어. 도라지 고사리 연근 더덕 쑥갓 등등. 밥을 세 그릇인가 먹었지. 학교를 때려치우고 중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던 시절. 두 번째는 군대에 있을 때 무슨 일로 대전 역에서 하룻밤을 자는 상황인데, 역앞에서 열 두어살 된 애가 군인아저씨 우리 여관으로 가요 예쁜 아가씨도 많아요 하는 거야. 뭔가 기분이 상해서 싫다 하고 나중에 괜히 싫다 했다 하며 후회하며 낯선 길을 헤매다가 퀴퀴한 여관방에서 곱게 혼자 자고 다음날 아침에 아침상이 들어 왔다. 소고기장조림 달걀찜 계장 멸치볶음 김 뱅어포 등등. 그날도 밥을 한 사발 더 먹었지.

오늘 아침에 참기름 고소한 김을 반찬으로 먹다가 수덕사와 대전역전 한정식 생각이 난거야.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만 처박혀서 지낸 노동절 휴가가 닝닝하게 끝났어. 우리는 왜 일을 하느냐?! 오후에 테레비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다가 우연히 <디어헌터>를 세 시간 동안 맥주를 마시면서 봤다. 근 30년 전에 영어실력이 모자랄 때 멋 모르고 본 영화. 저런 장면이 있었던가, 하며 도통 기억이 안 나는 영화. 러시언룰렛을 하면서 권태로운 운명에 도전하는 우리들. 로버트 드니로가 눈을 질끈 감은 채 권총을 오른쪽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잡아당기기 직전 기분이 어땠을까. 우리는 왜 저런 전쟁을 하느냐?! 하고 중얼거리다가 에이 썅, 경우에 따라 전쟁은 싫어도 해야된다! 하는 결론을 내렸어. 일단.

© 서 량 2005.09.05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7 내 길로 가던 날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0 112
126 시조 여행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3 135
125 절제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2.03.24 111
124 시조 먼 그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5 165
123 시조 지금 여기의 나(我)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7 120
122 시조 ​숨은 꽃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9 152
121 꽃씨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30 170
120 시조 서성이다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4.01 225
119 꽃보다 나은 미소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2.04.01 176
118 시조 말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4.02 175
117 세상인심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05 202
116 마지막 기도 유진왕 2022.04.08 180
115 아내여, 흔들지 말아요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12 158
114 봄 배웅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20 214
113 이스터 달걀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26 158
112 잔디밭에 저 여린 풀꽃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04 155
111 봄꽃, 바람났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11 157
110 봄, 낙화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18 150
109 잃어버린 밤하늘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25 192
108 오월 꽃바람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6.01 139
Board Pagination Prev 1 ...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