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10 15:03

한정식과 디어헌터

조회 수 497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정식 밥상에 대한 추억이 둘 있는데, 한 번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수덕사에 수학여행을 갔을 때 절음식 반찬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었어. 도라지 고사리 연근 더덕 쑥갓 등등. 밥을 세 그릇인가 먹었지. 학교를 때려치우고 중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던 시절. 두 번째는 군대에 있을 때 무슨 일로 대전 역에서 하룻밤을 자는 상황인데, 역앞에서 열 두어살 된 애가 군인아저씨 우리 여관으로 가요 예쁜 아가씨도 많아요 하는 거야. 뭔가 기분이 상해서 싫다 하고 나중에 괜히 싫다 했다 하며 후회하며 낯선 길을 헤매다가 퀴퀴한 여관방에서 곱게 혼자 자고 다음날 아침에 아침상이 들어 왔다. 소고기장조림 달걀찜 계장 멸치볶음 김 뱅어포 등등. 그날도 밥을 한 사발 더 먹었지.

오늘 아침에 참기름 고소한 김을 반찬으로 먹다가 수덕사와 대전역전 한정식 생각이 난거야.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만 처박혀서 지낸 노동절 휴가가 닝닝하게 끝났어. 우리는 왜 일을 하느냐?! 오후에 테레비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다가 우연히 <디어헌터>를 세 시간 동안 맥주를 마시면서 봤다. 근 30년 전에 영어실력이 모자랄 때 멋 모르고 본 영화. 저런 장면이 있었던가, 하며 도통 기억이 안 나는 영화. 러시언룰렛을 하면서 권태로운 운명에 도전하는 우리들. 로버트 드니로가 눈을 질끈 감은 채 권총을 오른쪽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잡아당기기 직전 기분이 어땠을까. 우리는 왜 저런 전쟁을 하느냐?! 하고 중얼거리다가 에이 썅, 경우에 따라 전쟁은 싫어도 해야된다! 하는 결론을 내렸어. 일단.

© 서 량 2005.09.05

  1. 네가 올까

    Date2006.03.28 By유성룡 Views235
    Read More
  2. 오래 생각하는 이순신

    Date2005.11.14 By서 량 Views254
    Read More
  3. 도마뱀

    Date2005.11.12 By강민경 Views259
    Read More
  4. 지역 문예지에 실린 좋은 시를 찾아서

    Date2005.11.11 By이승하 Views681
    Read More
  5. 뉴욕의 하늘에 / 임영준

    Date2005.11.11 By뉴요커 Views246
    Read More
  6. 가을묵상

    Date2005.11.06 By성백군 Views200
    Read More
  7. 추일서정(秋日抒情)

    Date2005.10.23 By성백군 Views430
    Read More
  8. 쌍무지개

    Date2005.10.18 By강민경 Views209
    Read More
  9. 펩씨와 도토리

    Date2005.10.18 By김사빈 Views308
    Read More
  10. 일상이 무료 하면

    Date2005.10.18 By김사빈 Views365
    Read More
  11. 무서운 빗방울들이

    Date2005.10.16 By서 량 Views192
    Read More
  12. 한 사람을 위한 고백

    Date2005.10.13 By천일칠 Views278
    Read More
  13. 달팽이 여섯마리

    Date2005.10.12 By김사빈 Views277
    Read More
  14. 아버지

    Date2006.03.12 By유성룡 Views465
    Read More
  15. 코스모스 날리기

    Date2005.10.10 By천일칠 Views338
    Read More
  16. 가을단상(斷想)

    Date2005.10.05 By성백군 Views257
    Read More
  17. 식당차

    Date2005.09.29 By강민경 Views312
    Read More
  18. 코스모스 길가에서

    Date2005.09.26 By천일칠 Views200
    Read More
  19. 노숙자

    Date2005.09.19 By성백군 Views188
    Read More
  20. 아이들과갈비

    Date2005.09.19 By강민경 Views33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