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10 15:03

한정식과 디어헌터

조회 수 606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정식 밥상에 대한 추억이 둘 있는데, 한 번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수덕사에 수학여행을 갔을 때 절음식 반찬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었어. 도라지 고사리 연근 더덕 쑥갓 등등. 밥을 세 그릇인가 먹었지. 학교를 때려치우고 중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던 시절. 두 번째는 군대에 있을 때 무슨 일로 대전 역에서 하룻밤을 자는 상황인데, 역앞에서 열 두어살 된 애가 군인아저씨 우리 여관으로 가요 예쁜 아가씨도 많아요 하는 거야. 뭔가 기분이 상해서 싫다 하고 나중에 괜히 싫다 했다 하며 후회하며 낯선 길을 헤매다가 퀴퀴한 여관방에서 곱게 혼자 자고 다음날 아침에 아침상이 들어 왔다. 소고기장조림 달걀찜 계장 멸치볶음 김 뱅어포 등등. 그날도 밥을 한 사발 더 먹었지.

오늘 아침에 참기름 고소한 김을 반찬으로 먹다가 수덕사와 대전역전 한정식 생각이 난거야.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만 처박혀서 지낸 노동절 휴가가 닝닝하게 끝났어. 우리는 왜 일을 하느냐?! 오후에 테레비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다가 우연히 <디어헌터>를 세 시간 동안 맥주를 마시면서 봤다. 근 30년 전에 영어실력이 모자랄 때 멋 모르고 본 영화. 저런 장면이 있었던가, 하며 도통 기억이 안 나는 영화. 러시언룰렛을 하면서 권태로운 운명에 도전하는 우리들. 로버트 드니로가 눈을 질끈 감은 채 권총을 오른쪽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잡아당기기 직전 기분이 어땠을까. 우리는 왜 저런 전쟁을 하느냐?! 하고 중얼거리다가 에이 썅, 경우에 따라 전쟁은 싫어도 해야된다! 하는 결론을 내렸어. 일단.

© 서 량 2005.09.05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7 가을묵상 성백군 2005.11.06 327
136 추일서정(秋日抒情) 성백군 2005.10.23 538
135 쌍무지개 강민경 2005.10.18 325
134 펩씨와 도토리 김사빈 2005.10.18 422
133 일상이 무료 하면 김사빈 2005.10.18 473
132 무서운 빗방울들이 서 량 2005.10.16 326
131 한 사람을 위한 고백 천일칠 2005.10.13 397
130 달팽이 여섯마리 김사빈 2005.10.12 389
129 아버지 유성룡 2006.03.12 566
128 코스모스 날리기 천일칠 2005.10.10 451
127 가을단상(斷想) 성백군 2005.10.05 361
126 식당차 강민경 2005.09.29 428
125 코스모스 길가에서 천일칠 2005.09.26 320
124 노숙자 성백군 2005.09.19 293
123 아이들과갈비 강민경 2005.09.19 438
122 그렇게 그때 교태를 서 량 2005.09.19 422
121 두 손을 마주하여 그리움을 만든다 백야/최광호 2005.09.15 400
120 초가을인데 / 임영준 뉴요커 2005.09.12 378
» 한정식과 디어헌터 서 량 2005.09.10 606
118 회상 강민경 2005.09.05 455
Board Pagination Prev 1 ...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 116 Next
/ 116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나눔고딕 사이트로 가기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