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26 07:45

옛날에 금잔디

조회 수 516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 울분이 많았던 나이에 봤던 옛날 신성일이와 문희가 나오는 연애영화였는데 말이야 두 남녀가 서로 죽자고 좋아하다 나중에 밑도 끝도 없이 신성일이가 무슨 교통사고가 나는지 하는 껄렁한 흑백영화. 문희가 문짝만한 눈까풀을 위로 잔뜩 힘주어 치뜨면 눈에서 이슬방울인지 땀방울인지 뚝뚝 떨어지던 그 시대에 처음부터 끝까지 당하는 건 사내다, 사내! 카메라 앵글이라는 것이 늘 빛, 빛의 각도를 가지고 지지고 볶고 하는 것 아니니? 하다 못해 여자가 남자가 무서워서 황금 햇살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들판으로 토끼처럼 도망질을 칠 때, 이건 말도 안 돼! 그 화급한 순간에 무슨 알록달록한 양산이 바람개비처럼 뱅뱅 돌아가니? 빛살 눈부신 허공으로 남자도 슬로 모션으로 뛰어가고, 이윽고 풀섶에 발이 걸려 여자가 옆으로 우아하게 넘어진다. 그때 배경음악은 색소폰 보다야 트럼펫. 히히히 근데, 영화 끝에서 신성일이가 어떻게 되는지 죽는지 사는지 기억이 안 나네. 희한하게 어두운 조명 아래서 문희는 나야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 하는 앙큼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은데. © 서 량 2005.11.2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7 10월의 시-육친肉親/손택수 오연희 2015.10.01 512
206 내 가슴에 비 내리는데 강민경 2009.04.13 514
205 수필 레이니어 산에 가는 길 풍광 savinakim 2016.07.06 515
» 옛날에 금잔디 서 량 2005.11.26 516
203 고래 풀꽃 2004.07.25 518
202 늦가을 빗길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2.11.08 518
201 미리 써본 가상 유언장/안세호 김학 2005.01.27 520
200 (동영상시) 나는 시골버스 차장이 되고 싶었다 - I Wanted To Become A Country Bus Conductor 차신재 2015.08.20 524
199 새해에는 김우영 2011.01.10 526
198 아틀란타로 가자 박성춘 2007.07.21 527
197 가슴으로 읽는 지선이 이야기 김우영 2013.05.13 528
196 잠 못 이룬 밤에 뒤적인 책들 이승하 2008.02.10 528
195 삶은 고구마와 달걀 서 량 2005.01.29 529
194 불경기 성백군 2009.05.04 529
193 이승하 어머니께 올리는 편지 관리자 2004.07.24 530
192 수필 김우영 작가의 에세이/ 이 눔들이 대통령을 몰라보고 김우영 2013.10.20 530
191 수필 ‘구구탁 예설라(矩矩托 禮說羅)‘ son,yongsang 2017.01.22 530
190 한때 즐거움 같이 했으니 강민경 2011.01.26 533
189 묻지도 말고 쭉- - 나마스테 관리자 2004.07.24 534
188 내가 사랑하는 소리들 관리자 2004.07.24 534
Board Pagination Prev 1 ...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