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부풀다
2018.01.27 03:20
잠시 부풀다
바다로 내딛은 갯벌이 달을 닮았다
갯벌 위에 낡은 배 서너 척 게으르게 누어있다
역에서 내려 오분 거리
외지인들은 스쳐오는 갯바람에
몸과 마음의 이음새 바람의 통로로 열어놓는다
허공에 각을 뜨며 하늘 베어 문 빌딩들
엇박자로 이어지는 장단 같아 발걸음에 걸리지만
느슨하게 마음 풀어 놓으면
곧 돌아와 차오르는 바다
땅과 하늘을 이어 놓는다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드디어 만선의 배가 들어온다
사람들의 발걸음 빨라지고
산새 물새도 섞여서 제대로 바쁘다
포구의 사람들처럼
새들도 그들의 가계를 따지지 않나보다
잠시 세상이 맨발로 지나간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이 달의 길목 같은 포구에서
줄 끊긴 연처럼 잠깐 부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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