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키를 놓아버리다
2018.01.27 03:53
방향키를 놓아버리다
이 작은 도시는 결항을 알려왔습니다.
거리에 차들이 나지막하게 등을 켜고
첫발 내 딛는 송아지 걸음으로 마을로 들어섭니다.
사람의 목소리는 한 옥타브 낮춰져 착하게 자근거립니다.
사람들이 먹 안개 속을 걸어 나옵니다
바위의 몸이었다가 풀려나오고 있습니다.
촉촉한 공기는 호흡을 순하게 하지만
일상으로 쓰던 말들이 낮을 바꿉니다.
사람들은 물속의 입질을 떨림으로 알아채는
낚시꾼을 흉내 내어
여물지 못한 말들을 건저 올려봅니다
하지만 어느새 안개의 습성을 배워버린 몸짓이
그들의 바다로 흘러갑니다.
경계를 지우니 방황도 따뜻합니다.
여기에 이르면 스며드는 것도 뼈가 되는지
오늘을 기댈 배경이 뼈 무른 안개 밭 이었던 게지요
방향키를 잃은 안갯발이
어디에다 우리를 부려 놓을지
걱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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