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를 돌아보며
2018.01.27 07:33
저수지를 돌아보며
장마를 헤치고 햇살 몇 가락 눈부시다
물결은 가까이 찰랑대며
마음 모서리 자꾸 베어 가는데
지금은 물풀 성글게 키우며
물오리 몇 마리 띄워 한가롭다
한 날 한잔 물로 마셔버리는 몇 모금일지라도
가볍기만 한 만남이 있겠는지
저수지를 돌며 크기를 말하며
그 깊이를 어름해 보니 문득 아득하다
저 높은 시에라 산정에서
오래 발 묶인 순백의 눈이었다가
길고 긴 목크물네 강으로 흐르는 동안
한낮에는 빙어 떼들의 간지러운 입질
밤에는 찬바람 속 소름 돋는 별들의 목욕
어쩌면 그 옛날 금 캐던 사람들 이야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멀고 먼 걸음 문득 아득하다
그들이라고 가위 눌린 잠이 없었을까
달보드레한 한 가지 노래로 여기까지 왔을까
저수지 위에 지나가는 바람이 읽다 놓친
그들의 내력이 주름 접혀 있다
물풀의 나직한 춤사위의 그늘이며
메아리가 되지 못하는 물오리의 울음도
아주 모르지만 않을 듯
오늘에 닿아서 조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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