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를 돌아보며

2018.01.27 07:33

eubonghee 조회 수:78

저수지를 돌아보며

 

장마를 헤치고 햇살 몇 가락 눈부시다

물결은 가까이 찰랑대며

마음 모서리 자꾸 베어 가는데

지금은 물풀 성글게 키우며

물오리 몇 마리 띄워 한가롭다

한 날 한잔 물로 마셔버리는 몇 모금일지라도

가볍기만 한 만남이 있겠는지

저수지를 돌며 크기를 말하며

그 깊이를 어름해 보니 문득 아득하다

 

저 높은 시에라 산정에서

오래 발 묶인 순백의 눈이었다가

길고 긴 목크물네 강으로 흐르는 동안

한낮에는 빙어 떼들의 간지러운 입질

밤에는 찬바람 속 소름 돋는 별들의 목욕

어쩌면 그 옛날 금 캐던 사람들 이야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멀고 먼 걸음 문득 아득하다

 

그들이라고 가위 눌린 잠이 없었을까

달보드레한 한 가지 노래로 여기까지 왔을까

저수지 위에 지나가는 바람이 읽다 놓친

그들의 내력이 주름 접혀 있다

물풀의 나직한 춤사위의 그늘이며

메아리가 되지 못하는 물오리의 울음도

아주 모르지만 않을 듯

오늘에 닿아서 조금 보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 언제나 U eubonghee 2018.01.27 84
19 유봉희 2018.01.27 84
18 맷돌 eubonghee 2018.01.27 94
17 들녘에 서다 eubonghee 2018.01.27 78
» 저수지를 돌아보며 eubonghee 2018.01.27 78
15 퇴행退行 연습 michael kim 2018.01.27 102
14 매듭 유봉희 2018.01.27 85
13 바다코끼리의 꿈은 경계에서 완성한다 eubonghee 2018.01.27 85
12 eubonghee 2018.01.27 76
11 손 접시 eubonghee 2018.01.27 76
10 해국이 핀다 eubonghee 2018.01.27 76
9 사철 우는 뻐꾸기 eubonghee 2018.01.27 78
8 방향키를 놓아버리다 eubonghee 2018.01.27 88
7 몽돌을 읽어보다 유봉희 2018.01.27 101
6 그늘을 밀어내다 유봉희 2018.01.27 91
5 수평을 엎지르다 유봉희 2018.01.27 84
4 잠시 부풀다 유봉희 2018.01.27 91
3 갈매기는 아직도 그곳에서 꿈을 나른다 [2] 유봉희 2018.01.27 92
2 보고 싶다 세바람꽃* 유봉희 2018.01.27 101
1 하늘의 창 [2] 유봉희 2018.01.25 184

회원:
3
새 글:
0
등록일:
2015.03.17

오늘:
21
어제:
23
전체:
858,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