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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입원을 해 계셔서 나는 병원에서 환자들과 더불어 한동안 텔레비전 뉴스를 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링거병을 보호자인 양 데리고 다니는(?) 병원에서 가족 및 환자들과 더불어 텔레비전 화면을 보는데 낯익은 탤런트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것이 아닌가.

  벌써 몇 번째인가. 퇴원의 날을 기다리며 병마와 싸우고 있는 전국 병원의 많고 많은 환자들을 이들 연예인은 우롱하는 것인가. 자세한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알려진 이유는 자살이라는 수단밖에 해결책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울증에 시달리다,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인기가 떨어지고 있어서 불안감에 시달리다 등등 이유는 달랐지만 궁극적으로는 ‘약한 마음’의 결과이다.

  아무리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이라지만 인기가 좀 떨어진다고 자살을 한다면, 네티진들이 비방을 한다고 자살을 한다면 살아남을 사람이 몇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왜 자신의 목숨이 자기 혼자만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더구나 그가 널리 알려진 공인이라면 그의 목숨은 팬의 것이기도 하다.

  나도 사실은 청소년 시절에 가출도 몇 번이나 해보았고 자살 기도도 해본 적이 있었다. 사람은 자신을 극한상황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고,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기질도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는 법이다. 내가 그 시절에 비관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의 한 작가 덕분이었다.

  볼프강 보르헤르트라는 독일의 작가가 있었다.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자 그도 어쩔 수 없이 징집 대상이 되어 참전했지만 나치스 정권을 비판하는 편지를 썼다는 이유로 군사법정에 회부되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두 번이나 사형을 구형받았고, 러시아 최전선에 배치되기도 했다. 디프테리아에 걸렸지만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독방에 감금되었다. 전쟁이 끝났을 때 그는 초주검이 되어 있었고, 병상에서 딱 2년 동안 시와 소설, 희곡을 썼다.

  그런데 국내에 나와 있는 독일문학사 어느 책을 보아도 이른바 ‘전후문학’은 보르헤르트로부터 시작된다. 단 2년 동안 그는 인류에게 빛이 될 만한 글을 썼던 것이다. 스물일곱의 나이로 죽은 그이지만 인생은 정말 살 만한 것이라고 거듭해서 말한다.

  그가 쓴 짧은 소설에 이런 내용이 기억난다. 전시의 포로수용소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데 한 포로가 민들레 한 송이가 피어 있는 것을 보고는 생명력의 위대함에 감탄하면서 자신이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격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대표될 수 있다. 유태인 수백만 명이 학살된 비극의 현장을 다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처절한 학살극이 자행되는 그곳에서 삶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존귀함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다. 또한 가족간의 사랑이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다는 철학을 잔잔히 들려주는 내용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수용소를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우리는 어찌 보면 모두 외로운 존재이다. 팬의 환호를 받는 인기인이라고 하여 외롭지 말란 법이 없다. 아니, 어쩌면 보통사람들보다 더욱 외로울지 모른다. 외로운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귀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줄 줄 아는 귀 말이다. 인간은 모두 외롭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어한다.

  군대 내에서의 자살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군에 간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군사훈련과 아울러 형제 없이 커간 이들 강호간의 소통의 방법이 아닐까. 소통의 방법은 바로 대화이다. 생의 즐거움과 살아 있음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대화이다. 내 마음의 어둠을 허심탄회하게 주변 사람에게 말하자. 또한 타인이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듣고 고민을 나누자. 그럼 이 세상이 조금은 더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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