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30 18:05

코리아타운. (1)

조회 수 287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코리아타운. (1)


솟대처럼 치솟은 야자나무가
조금씩 이국의 낯설음을 드러내는 새벽.
웨스턴과 7가의 맥도날드 식당 앞에는
용병처럼 무장한 한인 전사들 하나 둘 모여
뜨거운 커피 한 잔에 지난밤 향수 떨쳐 버리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오늘도 전쟁터로 나선다.

한국에서 대기업 부장하다가 온 장씨,
노가다라곤 생전 처음 해 본다는 지점장 출신의 최씨,
방문 비자로 왔다 눌러 앉아버린 불법체류자 박씨도
아미고 전사들과 함께 80년도 포드 깡통밴에 올라
힘차게 산타모니카로 페인트칠하러 간다.

가끔씩 마주치는 낯익은 전사의 모습.
우리는 가볍게 눈인사로 헤어지나
우리는 안다.
그 웃음 뒤에 비애를
그 비애 뒤에 절절함을.
누가 눈물 젖은 햄버거를 먹어 보기 전에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하였던가.
이렇게 잘 싸우는 전사들을
이방으로 내친 게 그 누구던가?

80년대 군사독재시절 대학 다녔던 나는
데모할 때 툭하면 양키 고홈, 미군철수 외쳤지만
직장생활 잘 하다 IMF 때 짤린 후 미국 건너와
오늘도 말리부 고급주택가로
미국놈 화장실 청소하러 간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28 구로 재래시장 골목길에/강민경 강민경 2018.08.02 301
1727 유튜브 박영숙영의 영상시 박영숙영 2020.01.10 301
1726 백화 savinakim 2014.05.13 300
1725 분노조절장애와 사이코패스 사이에서 하늘호수 2016.05.22 300
1724 나의 변론 강민경 2018.02.13 300
1723 물 위에 뜬 잠 이월란 2008.04.09 299
1722 12월의 결단 강민경 2014.12.16 298
1721 얌체 기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2 297
1720 수필 Here Comes South Korea / 달리기 수필 박영숙영 2016.04.29 297
1719 펩씨와 도토리 김사빈 2005.10.18 296
1718 내 마음의 보석 상자 강민경 2008.04.22 296
1717 정원에 서있는 나무 강민경 2009.01.20 296
1716 수필 감사 조건 savinakim 2013.12.25 296
1715 이러다간 재만 남겠다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8.02.04 296
1714 첫경험 강민경 2006.04.08 295
1713 별천지 하늘호수 2017.12.12 295
1712 장대비 이월란 2008.03.15 294
1711 감나무 같은 사람 김사빈 2014.06.14 294
1710 삶의 각도가 강민경 2016.06.12 294
1709 오월-임보 오연희 2016.05.01 294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