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30 18:05

코리아타운. (1)

조회 수 288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코리아타운. (1)


솟대처럼 치솟은 야자나무가
조금씩 이국의 낯설음을 드러내는 새벽.
웨스턴과 7가의 맥도날드 식당 앞에는
용병처럼 무장한 한인 전사들 하나 둘 모여
뜨거운 커피 한 잔에 지난밤 향수 떨쳐 버리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오늘도 전쟁터로 나선다.

한국에서 대기업 부장하다가 온 장씨,
노가다라곤 생전 처음 해 본다는 지점장 출신의 최씨,
방문 비자로 왔다 눌러 앉아버린 불법체류자 박씨도
아미고 전사들과 함께 80년도 포드 깡통밴에 올라
힘차게 산타모니카로 페인트칠하러 간다.

가끔씩 마주치는 낯익은 전사의 모습.
우리는 가볍게 눈인사로 헤어지나
우리는 안다.
그 웃음 뒤에 비애를
그 비애 뒤에 절절함을.
누가 눈물 젖은 햄버거를 먹어 보기 전에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하였던가.
이렇게 잘 싸우는 전사들을
이방으로 내친 게 그 누구던가?

80년대 군사독재시절 대학 다녔던 나는
데모할 때 툭하면 양키 고홈, 미군철수 외쳤지만
직장생활 잘 하다 IMF 때 짤린 후 미국 건너와
오늘도 말리부 고급주택가로
미국놈 화장실 청소하러 간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9 광야(廣野)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05 197
348 광녀(狂女) 이월란 2008.02.26 162
347 관계와 교제 하늘호수 2017.04.13 211
346 기타 곽상희7월서신-잎새 하나 미주문협 2019.07.16 861
345 곽상희 8월 서신 - ‘뉴욕의 까치발소리’ 미주문협 2017.08.24 192
344 과수(果樹)의 아픔 성백군 2008.10.21 212
343 과거와 현재를 잇는 메타포의 세월, 그 정체 -최석봉 시집 <하얀 강> 문인귀 2004.10.08 864
342 공통 분모 김사비나 2013.04.24 148
341 공존이란?/강민경 강민경 2018.08.25 115
340 기타 공전과 자전 / 펌글/ 박영숙영 박영숙영 2020.12.13 229
339 공수표로 온것 아니다 강민경 2010.07.31 853
338 공기가 달다 박성춘 2011.11.02 258
337 시조 공空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24 114
336 곳간 성백군 2007.12.13 144
335 곱사등이춤 이월란 2008.02.18 244
334 골반 뼈의 추억 서 량 2006.01.10 513
333 곤지(困知) 유성룡 2007.02.28 212
332 곤보(困步) 유성룡 2006.07.27 402
331 시조 곡비哭婢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5 207
330 고향에 오니 김사빈 2006.12.19 424
Board Pagination Prev 1 ...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