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5 03:17

청포도

조회 수 264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청포도
JamesAhn


내 고향에는 청포도가 없었다.

적포도 도
잘 익은 흙포도 도 없었다.

그래서 늘
청포도는 시고 텁텁한 걸로 알고 있었다.

포도가 시장에 나오는 계절이고 오고
여기 저기서 달큼한 포도 내음이
입안을 진저리치게 만들고
질질 애닯은 침이 입가로 흘러 내려도

나는 청포도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어차피 너는 시(sour)그러우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Food market에 널 부러진 California 산 청포도를
한알 살짝 따서 먹어보니
그게 아니더라.

짙고 단 내음과 맛이 온 몸에 스믈 스믈 스며들어
옹골진 한 송이를 그 자리에서 다 먹게 만들더라.

내 친김에 몇 송이 더 사서 집에 오는 길에
혼자
다 먹어치웠다.

반 삶에 이제서야 확인하여 알게 되었다.

내가 몰랐어도 청포도는 혼자 그렇게
긴 세월을
짙고 단 맛으로 있어 왔다.

내가 몰랐을 뿐이다.

단지. 내가 잘 못 알고 있었을 뿐,

청포도는 늘 그렇게 거기에 있었다.

지금처럼...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6 祝 死望-나는 내 永魂을 죽였다 James 2007.10.02 386
365 그 나라 꿈꾸다 file 손영주 2007.10.28 264
364 비 냄새 강민경 2007.10.21 256
363 아웅산 수지 여사의 가택 연금이 풀리기를 갈망하며 이승하 2007.09.28 510
362 지식인의 말 안경라 2007.09.28 468
361 희망 전상서 2 김화영 2007.09.24 202
360 유성룡 2007.09.24 164
359 자유전자 II 박성춘 2007.08.25 191
» 청포도 JamesAhn 2007.08.25 264
357 해는 달을 따라 돈다 JamesAhn 2007.08.25 323
356 천년 그리움이 흐르는 강 유성룡 2007.08.19 950
355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여인상 유성룡 2007.08.16 221
354 그 소녀의 영력(靈力) file 박성춘 2007.08.13 330
353 비듬나물에 대한 추억 황숙진 2007.08.11 837
352 秋夜思鄕 황숙진 2007.09.20 157
351 아픔이 올 때에 김사빈 2007.09.11 225
350 해질무렵 patricia m cha 2007.09.08 198
349 베고니아 꽃 곽상희 2007.09.08 248
348 들꽃 곽상희 2007.09.08 236
347 송장 메뚜기여 안녕 박성춘 2007.09.04 441
Board Pagination Prev 1 ...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