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5 03:17

청포도

조회 수 272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청포도
JamesAhn


내 고향에는 청포도가 없었다.

적포도 도
잘 익은 흙포도 도 없었다.

그래서 늘
청포도는 시고 텁텁한 걸로 알고 있었다.

포도가 시장에 나오는 계절이고 오고
여기 저기서 달큼한 포도 내음이
입안을 진저리치게 만들고
질질 애닯은 침이 입가로 흘러 내려도

나는 청포도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어차피 너는 시(sour)그러우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Food market에 널 부러진 California 산 청포도를
한알 살짝 따서 먹어보니
그게 아니더라.

짙고 단 내음과 맛이 온 몸에 스믈 스믈 스며들어
옹골진 한 송이를 그 자리에서 다 먹게 만들더라.

내 친김에 몇 송이 더 사서 집에 오는 길에
혼자
다 먹어치웠다.

반 삶에 이제서야 확인하여 알게 되었다.

내가 몰랐어도 청포도는 혼자 그렇게
긴 세월을
짙고 단 맛으로 있어 왔다.

내가 몰랐을 뿐이다.

단지. 내가 잘 못 알고 있었을 뿐,

청포도는 늘 그렇게 거기에 있었다.

지금처럼...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81 시냇가 백로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9.17 6
2280 덤으로 얻은 행복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8.20 13
2279 여름 배웅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9.10 17
2278 적토(積土)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7.09 18
2277 싱크대 안 그리마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7.30 19
2276 뿔난 자존심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8.27 19
2275 배롱나무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9.03 23
2274 길바닥에 고인 물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7.23 26
2273 별 셋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7.16 27
2272 불꽃놀이(Fireworks)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8.06 27
2271 꽃가루 알레르기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6.11 33
2270 땅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6.25 33
2269 달팽이 걸음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8.13 36
2268 가지 끝 나뭇잎 하나 - 2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7.02 37
2267 나뭇잎 파동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6.18 39
2266 신록의 축제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6.04 40
2265 변하는 말과 꼬리아 김우영 2012.06.23 46
2264 목이 말라도 지구는-곽상희 file 미주문협 2020.09.06 52
2263 그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5.22 52
2262 꽃은 다 사랑이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5.14 6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