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5 03:17

청포도

조회 수 265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청포도
JamesAhn


내 고향에는 청포도가 없었다.

적포도 도
잘 익은 흙포도 도 없었다.

그래서 늘
청포도는 시고 텁텁한 걸로 알고 있었다.

포도가 시장에 나오는 계절이고 오고
여기 저기서 달큼한 포도 내음이
입안을 진저리치게 만들고
질질 애닯은 침이 입가로 흘러 내려도

나는 청포도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어차피 너는 시(sour)그러우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Food market에 널 부러진 California 산 청포도를
한알 살짝 따서 먹어보니
그게 아니더라.

짙고 단 내음과 맛이 온 몸에 스믈 스믈 스며들어
옹골진 한 송이를 그 자리에서 다 먹게 만들더라.

내 친김에 몇 송이 더 사서 집에 오는 길에
혼자
다 먹어치웠다.

반 삶에 이제서야 확인하여 알게 되었다.

내가 몰랐어도 청포도는 혼자 그렇게
긴 세월을
짙고 단 맛으로 있어 왔다.

내가 몰랐을 뿐이다.

단지. 내가 잘 못 알고 있었을 뿐,

청포도는 늘 그렇게 거기에 있었다.

지금처럼...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48 나뭇잎 자서전 하늘호수 2015.11.24 276
1647 노란리본 강민경 2005.06.18 275
1646 새벽, 가로등 불빛 성백군 2005.07.28 275
1645 밴드부 불량배들 서 량 2005.08.03 275
1644 내다심은 행운목 성백군 2014.03.15 275
1643 한 사람을 위한 고백 천일칠 2005.10.13 274
1642 창살 없는 감옥이다 강민경 2014.05.05 273
1641 8.15 해방 70년을 생각한다 son,yongsang 2015.08.14 273
1640 탄탈로스 산닭 강민경 2017.12.18 273
1639 계몽 군주와 테스 형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0.13 273
1638 정독, 인생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05 273
1637 달팽이 여섯마리 김사빈 2005.10.12 272
1636 인연이란 김사빈 2012.03.04 272
1635 저 하늘이 수상하다 성백군 2014.08.07 272
1634 비와 외로움 강민경 2018.12.22 272
1633 시조 우수 지나 경칩 되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04 272
1632 [가슴으로 본 독도] / 松花 김윤자 김윤자 2005.05.11 271
1631 어젯밤 단비 쏟아져 서 량 2005.07.28 271
1630 그렇게 그때 교태를 서 량 2005.09.19 271
1629 칡덩쿨과 참나무 성백군 2005.11.24 271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