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46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는 벽에 누워 잠든다
James Ahn

비가 추슬 추슬내려 길가에 떨어져 썩어가는 낙엽을 적시고
낙엽에 담겨있던 나도 함께 적셨다
비에젖어 후줄건해진 마음에 못 견디도록 쏟아지는 것은
졸음이다

비는 누구의 간섭없이도 하염없이 내린다
내리는 비보다 더 짙게 깊게 쏟아지는 졸음은
또 하나의 시련을 견디어 낸 말없는 행복이다

이제는 누워야 한다
네 따뜻한 베개무릎이 없더라도
유리담 벼락에 기대어 누워 자야한다

빗줄기는 머리에서 등을타고 둔부를 적시고
발아래로 흘러 내 기대선 바닥을 적신다

허리를 굽혀 바닥에 흥건한 삶을 헤집어 손바닥으로 떠서
냄새를 맡아본다
나는 인간이다. 이것은 아직 내 눈물이 아니다 라고
졸음에 겨워 휑한 두눈을 멀건히 뜬 채 말한다

나는 왜 이렇게 사는거야
너무 힘들다
쓰러져 잠 들고 싶다
네 무릅베개는 너무 멀리 있는 것 같고 나는
지금 잠들어야 한다

풀어진 실같이 비는 흐느적거리며 바닥으로 내려 눞고
나는 벽에 누워 잠든다
쓰러져 누워 잠들 수 없는,
보고픔 때문에

나는 벽에 누워 잠든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7 세 쌍둥이 難産, 보람으로 이룬 한 해! 김우영 2011.12.21 340
406 바람좀 재워다오/김용휴 file 김용휴 2006.06.18 341
405 탈북자를 새터민으로 김우영 2012.10.04 342
404 물구멍 강민경 2018.06.17 342
403 연두빛 봄은 김사빈 2005.05.08 343
402 청혼 하였는데 강민경 2011.06.06 343
401 유나네 태권도 김사빈 2012.01.09 343
400 오리가 뜨는 물 수제비 성백군 2012.04.22 345
» 나는 벽에 누워 잠든다 JamesAhn 2007.12.23 346
398 선인장에 새긴 연서 성백군 2009.01.09 346
397 금잔디 강민경 2013.06.29 347
396 한낮의 정사 성백군 2014.08.24 348
395 자유시와 정형시 하늘호수 2015.12.23 348
394 수필 명상의 시간-최용완 미주문협관리자 2016.07.31 348
393 링컨 기념관 앞에서 김사빈 2005.08.26 349
392 내 고향엔 박찬승 2006.07.13 349
391 겨울나무의 추도예배 성백군 2014.01.03 349
390 바람의 필법/강민경 강민경 2015.03.15 349
389 앞모습 서 량 2005.07.10 350
388 문자 보내기 강민경 2014.02.03 350
Board Pagination Prev 1 ...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