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05 14:54

병상언어

조회 수 1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병상언어


                                                                       이 월란
  



째깍째깍 경쾌하던 시간의 숨소리가, 지금쯤 날아다니고도 남았을
그 소리가 힘겨운 듯 내 옆에 누워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포박당하지 않을 완전한 자유주의자
생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척 누워 있는 귀여운 리얼리스트를 보면
한번쯤 속삭여 주고도 싶다 <우리 같이 죽어버릴까?>
후후, 웃기지 말라고 몸을 빼버리곤 주섬주섬 날개를 달고 있는
저 영원한 현실주의자
소몰이 당하듯 우우우 일어서는 나의 시간들
잠시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생의 화덕에 열이 고여 있다
묽은 죽같이 씹히지도 못하고 삼켜진 기억들이
지난 세월의 올가미 위로 대책없이 둥둥 떠오르는 병상
두통처럼 머물다 가버린 사랑의 열병이
의식 저편의 병동에서 아직도 잠행하고 있다
회진을 도는 운명의 발자국에 귀기울여 보면
고액권 지불 후에 그래도 쓸만한 거스름돈처럼
빳빳이 남아 있는 시간들
창모슬마다 싸늘히 식어버린 마른기침같은
건조한 슬픔들이 쌕쌕거리며 푸른 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나의 수명보다 훨씬 긴 현실의 집이 시간의 날개 위에 지어져 있고
인생을 통째로 저당 잡히지 않으려면 길을 잃고 헤매던 악몽 쯤은
잊어버려야 한다, 병상 깊이 묻어두고 일어나야 한다
노승의 손목 위에 모가지를 늘어뜨린 수주알같은
시간의 밀어를 한번쯤 헤아려보며 뻣뻣한 권태의 맥을 푼다
환약같은 희망을 몇 알 삼켰다
치열하게 새겨 놓은 삶의 무늬는
그저 외로움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나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49 새분(糞) 작은나무 2019.03.12 188
1148 안아 보고 싶네요! / 김원각 泌縡 2020.04.23 188
1147 발자국 성백군 2005.12.15 189
1146 하늘의 눈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19 189
1145 검증 김사빈 2008.02.25 190
1144 어둠 속 날선 빛 성백군 2014.11.14 190
1143 초록만발/유봉희 1 오연희 2015.03.15 190
1142 눈높이대로 강민경 2016.02.16 190
1141 두 마리 나비 강민경 2017.03.07 190
1140 " 이제 알았어요 " " NOW I KNOW " young kim 2021.03.23 190
1139 라이팅(Lighting) 성백군 2007.12.06 191
1138 정의 - 상대성이런 박성춘 2007.12.17 191
1137 아버지 철학 file 김사비나 2013.02.12 191
1136 잠 자는 여름 file 윤혜석 2013.08.23 191
1135 풍광 savinakim 2013.10.24 191
1134 슬픈 인심 성백군 2015.01.22 191
1133 수필 우리가 사는 이유 son,yongsang 2016.01.13 191
1132 간도 운동을 해야 강민경 2015.09.11 191
1131 새와 나 강민경 2020.05.02 191
1130 낙조의 향 유성룡 2006.04.22 192
Board Pagination Prev 1 ...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