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5 14:59

장대비

조회 수 29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대비


                                                          이 월란




살눈썹 사이로 잠든 눈이 세상을 일으키면

내 귓불에 입맞출 때만 암매(暗賣)하듯 속삭여주는

바라껍질 속에 가둬진 파랑(波浪)처럼

밀려오는 장대비 소리

바람난 아낙네 치마꼬리 붙들고 늘어지던

아이 입 틀어막은 손이 되어

숨통 조이며 소리없이 내리는 눈만

색태 없이 쌓이는 이경(異境)의 늪

고향의 장대비는 어린 날 노랗게 물든

물방울들이 기름방울처럼 매달려

그네를 타던 약국집 아이의 남상거리던 그

노란 레인코트 위에서 첫 물똥이 떨어진다

투닥투닥 기억을 두드리며 부르지 않아도

내리꽂히는 불망의 얼굴들

가르치지 않아도 한방울 두방울 부등켜 안고

폭염을 뒹구는 신들린 기억들

해아래 포성 지르며 부서져 날아간

약속의 언표들이 다시 비가 되어 내린다

도려내고도 싶은, 움켜쥐고도 싶은

옆에 있어야 할 보이지 않는 목소리

들리지 않는 모습

정강이까지 불어 휘적이던 걸음을 웅켜잡던

흙탕빛 물살이 곤죽이 되어

가슴을 묻고 그렇게 흘러가버렸어야 할

내 고향의 용슬한 고샅엔

학치 끝에서 붇기를 멈춘 작달비가

콩 볶는 소리로 어린 나의 맨땅을 치며

여윈잠 꿈속처럼 지금도 쏟아지고 있을까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09 별천지 하늘호수 2017.12.12 296
1708 손님 강민경 2005.12.20 295
» 장대비 이월란 2008.03.15 295
1706 그리움의 각도/강민경 강민경 2014.04.22 295
1705 손안의 세상 성백군 2014.05.23 295
1704 삶의 각도가 강민경 2016.06.12 295
1703 수필 세상의 반(半)이 ‘수그리’고 산다? son,yongsang 2016.02.14 295
1702 수필 코스모스유감 (有感) 윤혜석 2013.11.01 294
1701 기타 2017 1월-곽상희 서신 오연희 2017.01.10 294
1700 새해에는 / 임영준 박미성 2006.01.03 293
1699 가을비 하늘호수 2017.10.22 293
1698 삶이 이토록 무지근할 때엔 최대수 2006.02.17 291
1697 가을의 승화(昇華) 강민경 2013.11.02 291
1696 (동영상시) 이별 앞에서 - Before Parting 차신재 2015.10.07 291
1695 꽃잎의 항변 천일칠 2005.02.28 290
1694 손들어 보세요 서 량 2005.08.13 290
1693 천년을 나의 사랑과 함께 유성룡 2007.02.03 290
1692 구로동 재래시장 매미들 2 하늘호수 2016.10.20 290
1691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하늘호수 2015.08.30 290
1690 그 살과 피 채영선 2017.10.10 290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