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5 14:59

장대비

조회 수 29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대비


                                                          이 월란




살눈썹 사이로 잠든 눈이 세상을 일으키면

내 귓불에 입맞출 때만 암매(暗賣)하듯 속삭여주는

바라껍질 속에 가둬진 파랑(波浪)처럼

밀려오는 장대비 소리

바람난 아낙네 치마꼬리 붙들고 늘어지던

아이 입 틀어막은 손이 되어

숨통 조이며 소리없이 내리는 눈만

색태 없이 쌓이는 이경(異境)의 늪

고향의 장대비는 어린 날 노랗게 물든

물방울들이 기름방울처럼 매달려

그네를 타던 약국집 아이의 남상거리던 그

노란 레인코트 위에서 첫 물똥이 떨어진다

투닥투닥 기억을 두드리며 부르지 않아도

내리꽂히는 불망의 얼굴들

가르치지 않아도 한방울 두방울 부등켜 안고

폭염을 뒹구는 신들린 기억들

해아래 포성 지르며 부서져 날아간

약속의 언표들이 다시 비가 되어 내린다

도려내고도 싶은, 움켜쥐고도 싶은

옆에 있어야 할 보이지 않는 목소리

들리지 않는 모습

정강이까지 불어 휘적이던 걸음을 웅켜잡던

흙탕빛 물살이 곤죽이 되어

가슴을 묻고 그렇게 흘러가버렸어야 할

내 고향의 용슬한 고샅엔

학치 끝에서 붇기를 멈춘 작달비가

콩 볶는 소리로 어린 나의 맨땅을 치며

여윈잠 꿈속처럼 지금도 쏟아지고 있을까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6 꽁지 떼어먹힌 도마뱀(Chameleon) - 김원각 泌縡 2020.11.19 121
485 껍질 깨던 날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24 67
484 박성춘 2010.02.23 748
483 시조 깨어나라, 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18 163
482 깡패시인 이월란 황숙진 2010.03.01 881
481 깜박이는 가로등 강민경 2015.11.06 137
480 깎꿍 까르르 김사빈 2005.04.02 329
479 까치밥 file 유진왕 2022.09.29 123
478 시조 깊은 잠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01 98
477 시조 깊은 계절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06 85
476 김학송 수필집 작품해설(200자 원고지 22매) 김우영 2011.02.12 875
475 김천화장장 화부 아저씨 이승하 2009.09.17 1308
474 기타 김우영의 한국어이야기 9 변하는 말과 꼬리아 김우영 2014.06.18 218
473 수필 김우영의 한국어 이야기- 7 김우영 2014.05.11 405
472 김우영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전 중구의 효(孝)문화 가치 증대 아젠다 김우영 2013.02.16 700
471 수필 김우영의 "세상 이야기" (1)생즉사 사즉생( 生卽死 死卽生) 김우영 2015.01.12 426
470 기타 김우영]한국어, 세계에 수출하자 김우영 2014.03.23 848
469 수필 김우영 작가의/ 주당 골초 호색한 처칠 김우영 2013.10.27 768
468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9 김우영 2015.06.28 505
467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5 김우영 2015.06.21 397
Board Pagination Prev 1 ...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 114 Next
/ 114